2013년에 진행된 3·1절 행사. <한겨레> 자료사진
태극기 수난시대다. 서울 종로구가 만드는 월간 소식지 3월호 표지 후보에서 태극기가 ‘탈락’했다. 주말마다 서울 시청광장을 중심으로 세력을 과시하고 있는 탄핵 반대 집회가 연상된다는 우려가 한몫했다.
서울시 종로구는 24일 발행한 10여쪽의 소식지 <종로 사랑> 3월호의 표지로 태극기가 후보로 올랐지만, 최종심의에서 배제됐다고 28일 밝혔다. 소식지 편집에 참여한 종로구 관계자는 “보통 편집위원들과 구청 직원들의 의견을 모아 표지를 선정한다. 이달 표지 후보로 태극기를 포함한 4개안이 있었는데, 태극기보다 다른 도안이 낫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요즘 시국에 태극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없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종로 사랑> 표지에 태극기가 등장한 것은 총 8번이었다. 2000~2002년 3월, 2012년 3월, 2015년 3월과 8월, 지난해 3월과 6월 등 3·1절이 있는 3월과 6월 호국보훈의 달, 광복절이 있는 8월에 주로 사용했다. <종로 사랑>은 매월 5만2000부를 인쇄한다. 1976년 11월호부터 반상회보로 시작해 1996년 민선 1기 구청장 시절부터 <종로 사랑> 제호를 붙여 나왔다.
종로구가 태극기 대신 선택한 3월호 표지 이미지는 고려대가 소장하고 있는 보물 1534호인 서궐도다. 경복궁의 서쪽에 있는 궁궐인 경희궁의 궁궐 전각과 조경을 그린 조감도다. 이규동 종로구 홍보팀장은 “원래 경희궁의 터가 지금보다 넓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료로, 일제의 만행을 보여주는 데에 적당해 표지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