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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청년수당, 학원비는 되고 3천원 컵밥은 안 된다고요?

등록 2017-02-23 15:20수정 2017-02-23 17:09

서울시, 정부 직권으로 중단된 청년수당 재개 계획
정부는 ‘구직 관련 활동’에만 쓰라는 방침 여전
용처 보니 7번 식사에 1만9천원, 안경렌즈 6년 만에 교체…
청년들 “생활비도 모자라는데 용처 제한은 청년 삶 모르는 소리”
노량진 학원가 컵밥 포장마차 거리.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노량진 학원가 컵밥 포장마차 거리.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서울시는 지난해 한 달 만에 중단된 청년수당(청년활동지원사업)을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올해 예산 150억원을 책정했습니다. ‘50만원씩 6개월 지급’ 방식은 유지하되, 대상자를 지난해 3000명에서 5000명으로 늘렸습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습니다. 올해 사업을 앞두고 정부와 협의를 마무리해야 합니다.

지난해 서울시 청년수당 사업이 중단된 때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서울시 청년수당의 용도를 ‘구직 관련 활동’으로 제한하고 현금 지급 대신 카드 사용을 요구했습니다. 시는 용처를 제한하지 않고, 집세 등을 낼 수 있게 현금 지급을 고수했습니다. 결국 보건복지부가 직권으로 사업을 중단시켰고, 서울시도 대법원에 직권취소 처분 취소 가처분소송과 본안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청년수당을 받던 이들도 한 달 만에 빈손이 되며 허탈해했습니다.

문제는 새 정부가 들어선들 입장이 바뀔 수 있는가 입니다. 지난 8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자체의 청년수당 정책을 두고 “구직 지원과 연계하지 않은 청년수당은 효과가 크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시뿐 아니라 경기도, 경기 성남시, 인천광역시 등 지자체의 청년수당을 구직 활동, 직업훈련 등과 연계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도 새 정부라 하여 입장을 크게 틀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무엇보다 최초의 수당 사용 내역을 최초로 추적해본 결과, 구직활동에 한정하기 쉽지 않은 청년들의 ‘구차한 현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청년수당 한 달 치 50만원을 받은 청년들이 스스로 밝힌 사용처를 확인해보겠습니다.

강북구에서 취업을 준비 중인 엄아무개(21)씨는 컴퓨터학원비(27만원), 교재 구매(4만1천원), 토익 책(1만4900원), 컴퓨터 활용능력 필기시험 응시료(1만8200원) 등으로 34만원 이상을 사용했습니다. 교통비로 13만6770원을 썼고, 1만9500원으로 7차례 식비를 충당했습니다. ㅂ 밥버거 2800원, ㄸ 돈가스 3900원, 김치 주먹밥 1000원, 롯데리아 4800원, 불닭 치즈 컵밥 3000원, 치킨마요 컵밥 3000원, 편의점 빵 1000원 등이 엄씨가 기록한 식비 사용처였습니다. 2800원짜리 밥버거, 1000원짜리 주먹밥이 어떤 구직활동과 어떤 구직활동을 잇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그 ‘사이’가 세금으로 메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청년수당으로 식사도 부분적으로 해결한 엄씨는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도 알아봤는데 생활비를 벌기 위한 알바라도 하게 되면 지원받을 수 없다.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보태야 하는 입장에서 (지원) 부담이 심했다”고 적었습니다. 고용부의 취업성공패키지는 취업 전 구직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6~7개월동안 25만~40만원의 수당 등을 줍니다. 대신 주 30시간 미만의 아르바이트만 허용됩니다. 이건 서울시 청년수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저임금 기준 주 30시간 아르바이트를 하면 손에 쥐는 돈은 20만원입니다. ‘취업 집중’을 권장하기 위함이지만, 수당이 생활비를 충족하지 못하는 가운데, 용처까지 제한할 경우 삶이 더 빠듯해질 가능성도 생기는 것입니다.

금천구에서 취업준비 중인 김아무개(27)씨도 “학원에 다니면서 친구도 만나고 밥도 먹을 수밖에 없다”며 “만약 식비로 쓰지 말라고 하면 알바 시간을 제한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무용을 전공했지만 취업을 하려니 힘든 점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학자금 대출을 갚으려고 일하면서 취업준비를 하다 보니, 단기알바에 허덕이며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했습니다. 김씨는 50만원으로 30만원 정도를 영어학원(약 25만원)과 서적 구매에 쓰고 나머지는 식비와 교통비, 통신비, 병원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구직활동과의 직접 관련성을 따지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송파구의 김아무개(30)씨는 시력교정용 안경(8만원)을 청년수당으로 구입했습니다. 김씨는 “6년 전 구매해 렌즈에 흠이 많이 나고 도수가 맞지 않아 머리를 아프게 하던 안경을 바꿀 수 있었다”고 보고서에 적었습니다.

안경은 구직활동 비용인가요, 생활비인가요? 나머지 청년수당을 독서실비(3개월치, 27만원), 전공서적(3권, 9만원), 전공강의 자료 인쇄비(2회, 1만1330원) 등에 쓴 김씨는 궁금했을 법합니다.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의 경우는 더 애매합니다. 지난해 연말 서울시와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만든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 참여자 분석 연구’를 보면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일수록 청년수당에 대한 만족도가 낮았습니다. 전체 평균 90.8%의 만족도와 비교해 11.3%나 낮은 79.5%였습니다. 특히 구직 관련 비용에서 도움이 됐다는 답변은 53.8%로 70~80%대의 답변을 보인 취업, 공무원시험 준비생보다 20~30%씩 낮았습니다. 보고서는 “창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고 느끼는 수급자들이 적었다는 의미다. 세분된 분석이 필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단서가 없진 않습니다. 양천구의 최아무개(28)씨는 청년수당 대부분을 식비로 썼습니다. 21차례에 걸쳐 30만3150원이 지출됐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의 기획협력팀 이택준씨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구직 활동이란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 사람을 만나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해석합니다. 창업 준비생에게 구직 활동은 돈으로만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정부 주장대로 사용처를 구직 활동으로 제한하는 것에 대해 임용고시생 김아무개(27)씨는 “가난한 청년의 일과를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집 나가면 다 돈이 드는데 취업준비, 창업준비, 고시준비 등 모든 미래 밥벌이를 위한 활동에 드는 돈을 폭넓게 이해해달라는 취지였습니다.

실제 수당으로 월세와 세금을 낸 청년도 있었습니다. 자신을 “졸업과 취업 사이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애매한 청년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소개한 도봉구의 윤아무개(26)씨는 토지주택공사에 월세 12만원을 냈습니다. 건강보험료 3만2720원, 주민세 6000원도 냈습니다. 나머지는 역시 토익학원비, 책값, 통신비, 교통비, 체육관 비용 등으로 썼다고 말합니다.

서울시는 당초 수당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까닭으로, 세입자 청년들에게 현찰로 집값을 요구하는 집주인들이 많다는 점을 들기도 했습니다.

청년수당 수급자들의 보고서를 보면, 이들 스스로 논쟁적 정책의 첫 수혜자란 점, 때문에 자신들이 주목받고 있다는 점도 잘 인지하는 듯 보입니다.

‘세금으로 받는 수당을 소중히 쓰겠다’는 다짐과 약속들이 이를 말합니다. 화학 교사를 꿈꾸며 올해로 3년째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김아무개(27)씨는 “‘올인’해야하는 시험이라 다른 일을 병행할 수 없었다. 1년 차에는 괜찮았는데 (그래도) 2년째부터는 마냥 준비만 할 수 없었다”며 청년수당 신청 사유를 말했습니다. 김씨는 “청년수당을 받은 청년들의 자조 모임 ‘어슬렁반상회’에 나가면 모두 세금을 소중히 써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며 “생활비로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노량진 학원에 가거나 스터디를 나갈 때 교통비로만 어쩔 수 없이 사용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인터넷강의(약 40만원), 스터디룸 예약비(약 3만원)와 교통비, 문구류 구매로 50만원을 모두 사용했다고 했습니다. 김씨는 “취업을 하려면 일단 기본 스펙을 쌓아야 하니까 돈이 많이 든다. 게다가 이미 (형편이) 어려우신 부모님께 용돈을 받는다는 심리적 부담감 이런 걸 청년수당이 해소해줬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 참여자 분석 연구’에서도 청년수당의 사용처 가운데 식비나 교통비 등의 생활비 비중이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평균 20%대에 머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교수는 “20%대의 생활비 사용은 취업, 구직 활동을 위한 기본 사용 비용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정부와 서울시의 타협점도 막상 시범사업을 해보니 전망이 됩니다. 일례로, 카드 지급에 대해 청년들의 거부감은 적어보입니다. 카드를 지급하면 사용 내용을 따로 증빙하는 수고로움이 적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취업준비 중인 김아무개(27)씨는 “서울시가 활동보고서나 증빙 영수증을 첨부해 달라고 요구하는 게 오히려 일처럼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수당 지급 방식보다 청년복지정책의 철학을 어떻게 담을지가 중요해보입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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