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에선 60대 어민 조업나갔다 실종
영동 지방에 최고 40㎝ 넘는 폭설이 쏟아지는 등 전국적으로 큰 눈이 내려 눈길 교통사고로 4명이 숨지고 조업하던 어민 한 명이 실종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폭설로 강원 동해안과 산간 지역은 곳곳에서 교통정체가 빚어져 운전자들이 길에 갇히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20일 새벽 5시25분께 충남 서산시 서해안고속도로 서울방향 250.6㎞ 지점에서 25t 화물차가 눈길에 미끄러진 뒤 뒤따르던 22t 화물차와 승용차 등 차량 3대가 잇따라 추돌했다. 이 사고로 22t 화물차 운전자 김아무개(40)씨가 숨졌다. 화물차에 실린 소주병이 도로에 쏟아져 양쪽 방향 통행이 4시간여 동안 막혔다. 오후 3시20분께엔 강원 삼척 원덕읍 월천교 위에서 앞서가다 눈길에 미끄러진 승용차를 뒤따르던 관광버스가 들이받아 승용차에 타고 있던 4명 가운데 2명이 숨지고 나머지 2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났다. 이날 낮 원주의 한 자동차전용도로에선 한 마을 주민이 단체로 식사를 하기 위해 타고 가던 25인승 버스 1대가 눈길에 미끄러진 뒤 넘어져 최아무개(65)씨가 숨지고 18명이 다쳤다.
강원 동해안과 산간 지역은 폭설로 큰 혼란이 벌어졌다. 도로에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 곳곳에서 심한 교통 정체가 빚어졌고, 언덕에는 차량들이 엉켜 있어 비탈길이 마비됐다. 특히 7번 국도는 극심한 정체로 차량들이 옴짝달싹 못 한 채 몇시간씩 운전자들이 도로에 갇혔다. 강릉에서는 시내버스 34개 노선이 단축 운행하고 고성과 속초에서는 농어촌버스 17개 노선 운행이 중지됐다.
큰 눈에 하늘과 바다의 교통수단 이용에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강원 속초에선 갑자기 내린 폭설로 연안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 8척이 조난돼 7척은 구조됐으나 홀로 조업 중이던 한아무개(64)씨의 어선 한 척은 실종돼 해경이 수색작업을 벌였다. 중앙재난안전 대책본부는 이날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14개 노선과 전남 여수를 출발해 제주로 가는 1개 노선 등 모두 15개 노선 24편이 결항했다고 밝혔다.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 152편이 지연되는가 하면, 여수-제주를 잇는 항로 등 73개 항로에서 106척의 여객선도 운항을 중단했다. 설악산, 무등산 등 5개 국립공원 104개 탐방로도 통제됐다.
기상청은 “발해만에서 접근해 온 차가운 기압골의 도움으로 발달한 저기압이 서해상에서 따뜻한 수증기를 공급받아 눈구름을 만든 것이 폭설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밤부터 시작한 눈은 이날 낮에 대부분 그쳤으나, 호남 서해안과 제주에서는 오후까지, 동풍의 영향을 받는 강원영동과 경북 동해안에서는 이날 밤까지 이어졌다. 21일 서울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8도까지 내려간 뒤 낮부터 풀릴 전망이다. 21일 늦은 밤에는 강원 영동을 제외한 중부지방과 호남, 경남 북서 내륙에 1㎝ 안팎의 눈이 올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곳에 따라서는 5㎜ 미만의 비가 올 수도 있다. 눈 또는 비는 22일 아침에 대부분 그치겠다. 전국종합,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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