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서울시장, 탄핵정국 이후 첫 기자 간담회서
정치경험 약점-기성정치인 간주 ‘딜레마’ 소회
“노무현 대통령도 2%로 출발…탈당 없다” 의지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권교체와 공동정부-공동경선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야3당 개방형 공동경선을 치를 것을 제안하는 내용이 담긴 공동 합의문에 서명 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현재의 대선 주자 지지율 등에 대해 “역시 정치라는 영역은 따로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문-안-박’으로 통칭될 만큼,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혀오다 정작 대통령 탄핵 국면을 지나며 여론조사 후보권에서 제외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탄핵 정국의 최대 수혜자가 이재명 성남시장이라면 최대 피해자는 박원순 시장인 셈이다.
박 시장은 17일 탄핵 국면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특유의 자신감을 줄곧 비치면서도 현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진 못했다. 박 시장은 ‘약점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역시 여의도 정치를 경험해보지 않아서 국회의원도 한번 안 했고, 정당생활도 안해봤기 때문에 세력에 의해서 움직이고 정치적 논리에 의해서 움직이는 정치세계 이런 것에는 제가 아무래도 약점이다”며 “그래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대선 때 안철수 전 후보가 부각된 방식처럼 통상 기득권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에겐 ‘강점’으로 평가될 법도 하다. 하지만 박 시장은 ”서울시장도 5년 하다 보니까 (국민이 기성)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자신이 놓인 이중적 처지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박 시장은 “지난 5년 서울시정은 변화와 혁신의 연속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선국면에선 사람들이 그걸 잘 몰라주는 것 같긴 하다”며 웃음을 지었다.
박 시장은 사실 2015년 메르스 해결 국면을 주도하면서 지지율이 20%대까지 오른 바 있다. 대책이 미숙한 정부를 비판하며, 메르스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 제고 및 사후 관리에 신뢰할 만한 시정 역량을 보였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박 시장으로선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2~3달인 셈이다.
그러나 박 시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 시작할 때 2%로 출발했다. (나는) 이제 시작”이라며 강한 대선 의지를 내보였다. 공동경선도 거듭 요구했다. “대세론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공동경선을 통한 공동정부 구상과 실천이 정권교체로 가는 굉장히 중요하고 확고한 길”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원치 않는 경선룰 등이 확정된다 하더라도 ‘탈당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한번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게 맞다. 내가 불리해졌다고 나가면 국민들이 좋아하시겠냐”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