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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죽었는데 재판조차 안 열어…분해 미칠 것 같았다”

등록 2017-01-17 08:46수정 2017-01-17 08:50

[밥&법]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
피해 여고생 엄마 ‘악몽의 16년’

16년간 장기 미제 사건이었던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11일 오전 피해자 유족이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16년간 장기 미제 사건이었던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11일 오전 피해자 유족이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후련할 줄 알았는데…, 딸이 더 보고 싶고 미안하다.”

피해자 박양의 어머니 최아무개(60)씨는 12일 <한겨레>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한숨지었다. 최씨는 1심 선고 뒤 곧바로 법정을 나서 광주 영락공원으로 갔다. 이곳에는 남편이 납골로 모셔져 있고, 친척들이 화장해 뿌린 딸의 흔적이 남아 있다. ‘딸바보’였던 남편은 딸을 잃은 지 8년 만에 자책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이제야 딸이 두 눈을 감을 수 있게 됐다. 하늘나라에서 아빠와 함께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편은 딸 잃고 8년뒤 목숨 끊어
“남은 자식 생각해 잊어보려 해도
애쓸수록 더 생각이 나는 거예요”

최씨는 “딸의 변고는 시작에 불과했다. 남편이 웃음을 잃으면서 살림은 급격하게 기울었다. 몸서리치는 악몽이 끈질기게 이어졌다”고 회고했다. 건축업을 하던 남편이 숨지자 가계를 꾸리기 어려워졌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됐다.

“둘째 딸과 아들이 없었다면 버티지 못했을 거예요. 남은 자식들을 생각해 잊어보려 애를 썼지요. 그럴수록 더 생각이 나는 거예요.”

딸 변고 이전엔 평생 경찰서조차 가본 일이 없었던 그는 사건 이후 사람이 완전히 달라졌다. “아이가 죽었는데 원망할 대상조차 없어요. ‘용의자를 찾지 못했다’, ‘직접 증거가 없다’며 재판마저 열지 않아요. 억울하고 분해서 미칠 지경이 됐지요.”

용의자의 유전자(DNA)를 확보한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최씨는 “이 나라에 법이 있냐”고 의심했다. “범인을 다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한마디 통보도 없이 사건을 종결했대요.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어렵게 수소문해서 담당 검사한테 전화를 해봤어요. ‘바쁘시다’며 바꿔주지도 않더라고요. 하도 답답해서 방송사와 경찰서에 하소연도 했지요.”

그는 “처음엔 눈물도 많이 나고, 원망도 많이 했어요.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재판에서는 반성은커녕 모든 것을 부인하는 범인 앞에서 치를 떨어야 했고요”라고 말했다. 1심 선고까지 지옥을 건너온 심정이라고 했다. 그는 “범죄 피해자 가족들이 얼마나 힘든지 겪어보지 않고는 모른다. 이들이 버틸 수 있도록 나라에서 세심하게 신경을 써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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