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던 운전자가 ‘짠’ 나타나 다른 차 막고 인도로 건너게 해드려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가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앞 동대구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도로 한 중간에 고립됐다. 너비 50m가 넘는 큰 도로다. 찬 바람이 몰아치는 영하에 가까운 날씨다. 할아버지는 지팡이를 짚으며 범어네거리 쪽으로 하염없이 걷는다. 양 옆에는 차들이 씽씽 달리는 위태한 상황.
이 때 의인이 나타났다. 중앙선 쪽 차로에서 유턴을 기다리고 있던 흰색 경차에서 갑자기 젊은 청년이 내린다. 이 청년은 할아버지를 모시고 차가 달려오는 도로를 건넌다. 할아버지를 인도로 데려다 준 이 청년은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사라졌다. 16일 오후 2시30분께 대구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재동 대구지방변호사회 전 회장이 우연히 3층 사무실에 있다가 휴대전화로 이 영상을 담았다. 이 전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동영상과 함께 “사무실에서 내려다 보다가 저 할아버지 어쩌려나 싶어 찍었는데, 마치 설정 샷인 것처럼(찍혔다). 어쨌거나 해피 엔딩.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고 썼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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