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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6080 여성의 시간을 공유하라…일자리 너머 사회참여로

등록 2017-01-12 19:20수정 2017-01-12 22:14

“심심해 죽겠어요. 텔레비전 보고 그냥 누워 있어요. 수요예배라도 갈까 하는데 또 몸이 아파서…. 몸이 아프면 나 혼자 약 먹고 참죠. ”

서울 강남구에 사는 정아무개(71)씨의 지난 11일 일과는 단조롭다. 아침에 일어나 생선조림과 시금치나물 반찬에 밥을 먹고 은행에 공과금을 낸 뒤 안과와 내과 병원을 다녀왔다. 천천히 진행 중인 백내장 검사를 받고 눈에 난 알레르기를 치료했다. 다리가 부어서 소변검사와 피검사, 심전도 검사를 받았는데 결과는 며칠 뒤에 나온다. 걸음이 불편하지 않아 병원은 혼자 다닐 만하지만, 다녀오고 나니 기운이 빠져 오후 내내 누워 있었다.

정씨는 40여년 전 이혼한 뒤 내내 혼자 산다. 신경안정제를 달고 산다. 아들과 딸은 남편이 키워 지금도 자주 왕래하지 않는다. 물론 혼자 살아서 “자유롭고 시간이 많아” 좋을 때도 있다. 대부분 외롭다.

정씨를 위로하는 것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다. 십수 년 전 산 집 한 채다. 직장을 가져본 적 없는 정씨는 국민연금 17만원과 노인연금 21만원 등을 다달이 받고 있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2015년 기준 사별·이혼·비혼 등의 이유로 서울에서 혼자 사는 60살 이상 여성 1인 가구는 17만3524명이다. 6080세대 남녀 1인 가구 24만8381명의 69.9%로, 남성보다 여성이 2배 이상 많다. 2015년도 인구 총조사를 보면 이들의 84%인 11만9754명이 미취업상태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서울시 6080 여성 1인 가구 600명을 조사해 내놓은 <서울 1인 가구 여성의 삶 연구: 6080 생활실태 및 정책지원방안> 보고서를 보면 주택 자가 소유가 70%, 전세 거주가 23%였다. 상대적으로 주거 불안이 없는 세대다. 동시에 근로소득없이 연금이나 가족의 지원으로 생활하다보니 외로움, 정서적 돌봄지원이 없어 시간활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6080 여성 1인 가구 중 건강한 여성 가구주의 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남성 노인보다 독립적이고 지역사회에 적응을 잘하는 여성 노인이지만, 국가 차원의 정책은 장애가 있거나 저소득층을 우선하다보니 이제까지는 이들을 위한 지원 정책은 논의되지 않았다. 사회공헌형 일자리와 돌봄서비스를 포함해 건강한 여성 노인의 사회참여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경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로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여성 노인을 위해 다양한 공공복지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는데, 차상위계층 이상의 여성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말벗도우미, 병원 동행, 반찬 배달 같은 서비스는 민간영역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노인을 위한 일자리 확대는 기본이다. 밥상공동체, 바느질 동아리같이 노인들의 자조 모임을 만들도록 지원할 수 있다. 인생을 성찰할 수 있는 인문학 프로그램을 만들어 인생의 목표를 새로 세우도록 응원할 수도 있다. 김영정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책임연구위원은 “60대 이상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기에는 너무 바삐 살았다. 나는 누구인가를 돌아보며 여가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고 제안했다.

보건소나 공공의료원이 협력해 만성질환을 관리하도록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연락을 해 병원 동행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복지관이나 지자체에서 프로그램을 만들 때 노인을 대상으로만 삼지 않고 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과정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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