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가 세우는 소녀상 추진위원회’ 마희진 대표.
“어떤 외압에도 국민의 힘으로 세운 부산 소녀상을 지키겠습니다.”
지난해 마지막 날, 부산시 동구 초량동에 있는 일본총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소녀상) 제막식을 연 ‘미래세대가 세우는 소녀상 추진위원회’(추진위)의 마희진(24·부산대 항공우주공학과 3학년·사진) 대표는 주먹을 불끈 쥐고 이렇게 말했다.
마 대표는 부산 소녀상 설치와 관련해 한·일 통화스와프 협의 중단 등 일본의 고강도 보복 조처에 대해 “일본은 여전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전쟁범죄에 대해 진심 어린 사죄를 하지 않았다. 가해국인 일본이 오히려 더 큰소리를 치고 있다. 뻔뻔하고 무책임한 자세”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우리 역사의 아물지 않은 상처다. 정부도 일본의 이런 태도를 강력히 비판하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 대표는 2015년 12월28일 한·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12·28 합의) 발표 뒤 일본총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세우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청년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 추진위 꾸리기에 나섰고, 지난해 3월 추진위를 발족했다”고 말했다.
추진위는 일본총영사관 앞 ‘사람 소녀상’ 1인 시위를 이끌면서, 부산의 각 대학과 도심에서 소녀상 건립 모금활동을 펼쳤다. 시민단체들도 지난해 6월 서포터즈를 꾸려 추진위 활동을 도왔다. 시민들은 추진위를 지지하며 성금을 보탰다. 이렇게 소녀상 제작 성금 8500만원이 모였다.
하지만, 관할 지자체인 동구는 도로교통법을 이유로 소녀상 건립을 불허했다. 몇 차례 협의에도 동구가 뜻을 굽히지 않자, 추진위는 12·28 합의 1주년인 지난달 28일 일본총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세웠다.
“당시 경찰은 소녀상을 지키고 있는 우리를 겹겹이 에워쌌어요. 동구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몰려와 우리를 끌어냈어요. 용을 썼지만, 역부족이었어요. 이에 항의할 때 한 여경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어요. 같은 국민끼리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마음이 아팠어요.” 마 대표는 그날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가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풀려났다.
소녀상을 강제 철거한 동구는 국민적 비판 여론에 눌려 같은 달 30일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립을 허용했고, 추진위는 그날 소녀상을 세웠다.
추진위는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킴이들은 소녀상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소녀상의 의미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설명한다. 추진위는 소녀상의 공공조형물 등록을 진행하고 있다. 마 대표는 “부산 소녀상은 국민이 세운 소녀상이라는 뜻에서 ‘국민 소녀상’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을 때까지 청년·청소년들은 국민과 함께 행동하고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부산/글·사진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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