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는 고용안정이 최고죠. 우리는 행복하게 일했네요. 고맙습니다.”
28일 서울시청사에서 열린 서울시 공무직 정년 퇴임식에서 만난 서울시청 총무과 소속 청소노동자 김재화(60)씨는 지난해 1월 공무직으로 전환됐다. 전환 전 2년 동안 준공무직으로 공무직에 준하는 대우를 받았다. 그 이전에는 용역 소속 노동자였다. 김씨는 같이 퇴임하는 청소·경비·환경정비직 88명의 동료를 대신해 자청한 답사에서 “공무직이 된 뒤 책임감도 강해지고 고마운 마음으로 일을 해왔다”고 말했다.
경북 상주가 고향인 김씨는 8년 전부터 청소 일을 시작했다. 서울 여의도에서 10년 동안 식당도 운영했지만 영업이 잘 안 돼 폐업하면서 빚잔치를 한 뒤 청소일에 뛰어들었다. 3년 동안 종합병원에서 일하다 서울시청이 신청사 입주를 시작한 2012년 9월부터 시청사 광장 청소와 바닥 광택, 카펫 청소 등을 해왔다.
그는 용역 소속일 때 소장을 신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청소용품을 늦게 가져오면 화를 내고, 일을 잘해도 아는 척하거나 나서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마음에 드는 직원만 편애해 시간외수당을 더 받을 수 있도록 근무표로 차별하기도 했다. 그래도 계약 연장할 때면 소장에게 음식이라도 사다 줘야 마음이 놓였다고 한다. 하지만 공무직으로 전환되면서 급여도 기본급 130만원에서 165만원(수당 포함땐 190여만원)으로 오르고 휴식 공간도 컨테이너에서 온돌방으로 바뀌었다. 깨끗한 근무복을 지급하는 등 전반적인 노동 환경이 좋아졌다.
아내와 사별한 그는 홀로 살고 있다. 월세로만 45만원이 나간다. 김씨는 “용역일 때는 회사에 밉보여서 계약 연장이 안 되면 보험료나 적금, 월세를 내기 어려워 불안했다. 정년보장과 고용안정이 무조건 최고”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김씨를 포함한 환경·경비 노동자가 만 65살까지 일을 더 할 수 있도록 촉탁직으로 5년 더 고용을 연장한다.
28일 오후 서울시청사 8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6년 서울시 공무직 정년 퇴임식에서 이날 퇴임하는 직원들과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시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2~2013년 간호사나 큐레이터보조 등 일반종사원, 도로보수원, 환경정비원 등 기간제 노동자부터 공무직으로 전환했다. . 지난해 1월 청소노동자를 시작으로 올해 1월 기계·전기 등 시설정비노동자와 경비 노동자까지 상시지속 업무를 하는 1492명 모두를 공무직으로 전환했다. 이날 퇴임식은 공무직 전환 이후 처음 열린 정년 퇴임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격려사에서 “시장이 되고 나서 한 일 중에 가장 보람 있던 일이 공무직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