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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으로 파고드는 서울…2026년엔 100만평 지하 도시

등록 2016-12-15 19:04수정 2016-12-15 22:02

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발표
서부간선은 이미 공사 시작
영동·세종대로·잠실역도 계획

녹지조성·교통난 해결 기대
안전 비용·부동산값 상승 우려
큰 그림 없이 개발 땐 사고 위험
더 이상 개발할 땅이 없어진 서울시가 지하 공간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미 지하화 공사를 시작한 서부간선도로와 서울제물포터널, 지하 공간 개발 계획을 세운 영동대로와 세종대로, 잠실역 등에 이어 15일에도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계획을 발표했다. 2026년이면 서울 땅 아래 100만평(330만㎡) 가까운 지하 공간이 만들어진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오후 중랑천을 중심으로 한 서울의 동북권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동부간선도로를 2026년까지 2개 도로로 나눠 지하화한다고 밝혔다. 삼성~월계1교까지 13.9㎞의 도시고속화도로는 지하화되면 15인승 이하 소형차 전용으로 운영한다. 민자사업으로 추진해 2023년 개통이 목표다. 성동~월릉교까지 8㎞의 지역간선도로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모든 차종이 무료로 이용 가능하도록 시가 직접 비용을 낸다.

동부간선도로(합계 21.9㎞)뿐 아니라 지하로 파고드는 도로, 상가 등은 서울에 또 있다. 서부간선도로(10.33㎞)와 서울제물포터널(7.53㎞)는 이미 지하화 공사를 시작했다. 영동대로 16만㎡(코엑스몰과 현대차 GBC 쇼핑몰 합하면 42만1000㎡) 지하와 세종대로 지하 3만1000㎡까지 2026년이면 39.76㎞의 도로와 19만1000㎡의 지하 공간이 새로 생긴다. 이미 활용 중인 1~9호선 지하철 선로(308㎞)와 역사(255만1365㎡), 25개 지하도 상가(15만6934㎡)를 더하면 총 길이 347.8㎞, 총면적 290㎡(약 88만평)의 지하 도시가 서울에 들어서는 셈이다.

서울시가 미지의 영역인 지하 개발에 눈을 돌리는 까닭은 지상은 이미 개발 포화상태인 탓이다. 지상의 각종 시설을 지하로 돌리면 땅 위에 녹지와 보행로 등을 조성할 수 있다. 서울시는 지하도로 확장으로 교통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는다.

하지만 우려되는 대목도 적지않다. 우선 안전사고 대처의 문제다. 지하 시설물에서 정전이나 화재 등 사고가 발생하면 지상에서와 달리 대처가 어려울 수 있다. 땅속 상황은 공사 전 명확하게 알기 어렵기 때문에 건설 단계에서 공사 비용이 늘어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안전 대책이 강조될수록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지하 상가 개발로 인한 땅값 상승의 결과로 기존 상가나 주거 세입자들이 높은 임대료를 내지 못하고 쫓겨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지하 개발은 비용이 많이 드는 탓에 민간투자사업이 많고, 이때 개발 이익을 발생시키는 과정에서 인근 상가나 아파트 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정형 중앙대 교수(건축학부)는 “과거 도시가 처음 만들어질 때는 공공재원으로 사회 인프라를 건설할 수 있었지만, 시설 노후화가 시작된 이제는 민간과 같이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지상부 복합 개발 형태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주변 부동산값이 오를 가능성이 큰데 공공기여금을 걷는 식의 개발이익 상쇄 방안을 포함한 계획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창규 한양대 교수(도시공학과)도 “지하 개발은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기 때문에 민간은 수익을 반드시 내려고 한다. 부동산 개발은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다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서울시가 지하공간 개발의 큰 그림을 갖고 개별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기 힘든 측면도 우려를 키운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부)는 “서울시가 세종대로 지하 공간 사용 계획을 발표했는데, 도심부 전체에 대한 종합계획이 선도된 것인지 모르겠다”며 “지하수 흐름, 지진 때 충격 방지 등 도시 지하의 생태적 기능을 인식하지 않고 눈먼 땅이라고 개발부터 한다면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홍원표 중앙대 명예교수(건설환경공학과)는 “한반도는 지층이 오래된 편이라 지하 공사를 하면 암반을 뚫는 경우가 많다. 한번 파면 덮을 수 없기 때문에 깊이에 따른 지하 공간 활용 종합계획부터 만들어야 한다”며 “지하 개발이 많아질수록 지하 공간을 둘러싼 소유권 분쟁도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지하공간의 실내 공기 질 유지를 위해 지상에 설치하는 대형 환기구를 둘러싼 땅 위의 갈등은 이미 벌어지고 있다. 서부간선도로나 제물포터널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현재 짓고 있는 대형 환기구에서 매연·유해물질이 뿜어져 나와 건강을 해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한다. 이에 대해 이승석 서울시 도로정책팀장은 “필터가 있어 오염물질은 나오지 않는다. 전문가 검증이 끝난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도림환기구 주민비상대책위원회 송영덕 위원장은 “매연저감장치가 있어도 공기 질이 40% 정도 악화된다고 환경영향평가에도 나와 있다. 주민들은 받아들일 수 없는데 서울시는 기준치에 맞다고만 한다”고 반박했다.

수평 확장의 한계에 이른 도시의 수직 팽창이 과거 외곽으로 확대해 온 도시 개발 방식과 본질에서는 다르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규석 녹색연합 정책팀장은 “도시의 공간을 확대한다는 것은 면밀한 수요 예측이 선행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험이 많다. 과밀한 도시, 교통량 분산 필요 등 도시 지하 공간 이용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겠지만 저성장시대에 굳이 개발을 해야 하는지, 지하 개발 역시 또 하나의 개발 통로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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