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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국무위원들과 설전벌이다 자리 박차고 나온 까닭은?

등록 2016-11-22 11:58수정 2016-11-22 15:36

박 시장, 국무회의서 국무위원들과 설전
대통령 수사·공직자 책임감 두고 의견 차이
한일 군사정보협정도 박 시장만 반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오전 국무회의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총리와 내각의 사퇴를 요구하다 국무위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야당 정치인으로는 유일하게 국무회의에 참석한 박 시장이 전한 국무회의 분위기는 100만 촛불 민심의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고 한다.

박 시장은 이날 서울시청사로 돌아와 브리핑을 열어 앞서 열린 국무회의에서의 대화 내용을 복기했다. 서울시장은 지방자치단체장으로는 유일하게 국무회의 배석 권한이 있다. 의결권은 없어 발언만 할 수 있다.

국무위원들과 박 시장은 이날 안건에 오른 국정농단 특별검사 수사를 두고 의견 차이를 보였다. 박 시장이 복기한 내용을 보면, 박 시장이 먼저 “박 대통령이 특검 수사와 검찰 수사를 성실히 받아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이어 제정부 법제처장과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특별검사 추천권을 야당이 가지는데 야당은 고발 주체이다. 공정하다고 할 수 있느냐. 정치적 편향성을 가질 수 있다”는 지적을 했다고 한다. 이에 박 시장은 “국무위원들 태도가 실망스럽다.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이 법안은 야 3당뿐 아니라 여당도 합의한 것이다. 여야가 합의해서 만든 법안에 대해 형식성을 가지고 논박하는 것 자체가 범죄를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공직자의 책임감을 두고도 공감은 이뤄지지 못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공직자가 책임감을 갖고 민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꺼냈다고 한다. 이어 박 시장은 “이 사태를 초래한 엄중함에 책임을 져라, 나라가 이 지경이 된 데에는 국무위원 책임이 크다. 한 사람도 사임하고 책임지지 않냐, 부끄럽다”며 “대통령이 조기 퇴진하도록 바른 말을 전달하라. 그게 국민의 분노, 요청에 답하는 것이고 대통령 본인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 시장의 내각 사퇴 요구에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의 사퇴를 논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도 박 시장만 반대했다고 한다. 의결권이 없는 박 시장은 국무위원들에게 성급하게 결정하지 말 것, 부결해줄 것 등을 강하게 요청했다. 하지만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협정의 필요성에 관해 주장하며 “일부 국민이 반대하지만 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고 한다. 박 시장은 “다수당인 야 3당이 반대하는데 일부냐. 다수의 반대”라고 했다. 이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북핵 문제를 들어 협정의 필요성을 주장했으나 박 시장은 “국민 합의 과정이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몇 차례 논박이 이어지자 박 시장을 향해 “그만둡시다”라는 의사진행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박 시장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통과되는 것을 보며 “실망스럽고 분노했다. 자리에 있기 힘들었다. 분노와 항의 표시로 퇴장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날 회의에는 박 대통령을 대신해 에이펙(APEC) 회의에 참석한 황 총리와 박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박 시장은 “국무위원 한 명도 (문제 제기에) 동조한 사람이 없었고 반발을 하는 걸 보면서 결국 대통령을 이 위기에 몰아넣은 것도 이들의 책임”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국무회의에 계속 나가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야당 인사는 내가 유일하다. 허공에 메아리 없는 발언이라도 하는 게 국민에게 위안이 될 것이라 판단한다”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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