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대전 둔산동 갤러리아타임월드 앞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대전 10만 시국대회’에 참석해 붓글씨 퍼포먼스를 펼친 조서연(32)씨가 이날 자신이 쓴 글귀 중 하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 즐겁게 웃으며 함께 하면 좋겠어요”
19일 오후 5시 대전 둔산동 갤러리아타임월드 앞 ‘박근혜 퇴진 대전 10만 시국대회’ 현장. ‘박근혜 하야’를 외치는 시민들 틈에 노랑머리의 여성이 한 손에는 먹물 그릇, 한 손에는 붓을 들고 자리를 잡았다. 길가에 길게 놓인 하얀 화선지 위로 ‘아이들에게 착하게 살아도 잘 살 수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글귀가 거침없이 적혔다. 그 모습을 구경하던 시민이 “가져가도 되냐”고 묻자 흔쾌히 허락했다. 활동가 조서연(32)씨는 이날 대전 도심 바닥에 앉아 수십장의 화선지에 떠오르는 생각을 붙잡아 새겼고, 이를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과 나눴다. 대규모 집회 경험이 많지 않은 대전에서는 낯선 모습이다.
“일산에 사는데 다른 일 때문에 대전에 내려왔다가 이곳 집회에 참석하게 됐어요. 오늘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즉각 생각나는 것을 써서 사람들과 소통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사람들이 써달라는 글귀를 쓰기도 하고요. 저만의 시민 발언인 셈인데, 말이 아닌 글로 시민과 소통해보고 싶었어요.”
그는 자신을 ‘앵벌이 하는 삶’으로 표현했다. 3∼4개월 한국에 머물다 답답하면 여행을 떠나는 자유로운 삶이지만, 고국에 돌아오면 꼭 집회에 참여한다고 했다. 그를 거리로 이끈 건 2014년 세월호 참사였다.
“세월호 참사 때 대안학교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었어요. 사고 뒤 아이들이 저에게 ‘어른들이 자신들을 지켜주지 않으면 누가 지켜주냐’고 묻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나서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행동하는 어른이 돼야 겠다고 생각했고, 더 적극적으로 여러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했어요.”
조씨는 지금 시국 상황을 ‘긴 싸움’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선 무엇보다 ‘즐거워야 한다’는 소신도 분명했다.
“오늘 저의 활동도 일종의 예술 활동이고, 제가 생각하는 평화 시위예요. 요즘 광장에 나갈 때마다 친구들과 (이 시국이) 길게 갈 수 있다고 말해요. 그러면서 항상 ‘우리 웃으면서 즐겁게 싸우자’고 다짐하며 헤어지죠. 그래서 친구들과 거리에서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노래도 하는 거예요. 촛불이 횃불이 되는 것처럼 그 울림이 퍼져나가길 바라는 거죠. 오늘도 그런 기도하는 마음으로 글을 썼어요. 대전에도 젊은이들의 그런 움직임이 많으면 좋겠어요.”
글·사진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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