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폭력과 인권 탄압에 맞서 싸운 생생한 역사의 현장 38곳에 서울시가 ‘인권현장 표지석’을 설치했다.
표지석은 직선제 개헌을 끌어낸 ‘6·10 민주항쟁’ 현장, 군사정권 시절 민주주의와 인권 탄압의 상징이던 중앙정보부 터,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며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현장, 백정들의 신분해방 운동이 시작된 형평사 터 등의 공공보도 위에 보도블록(가로×세로 35㎝) 모듈로 설치했다. 인권현장 특성에 따라 시민저항 관련 23곳, 국가 폭력 8곳, 제도적 폭력 7곳 등 3개 테마로 나눠 테마별로 각각 원형, 삼각형, 사각형으로 디자인했다. 국가 폭력 현장을 표시하는 표지석은 저항의 의미를 담아 역삼각형 모양으로 디자인했다. 표지석은 황동 판 위에 서울시 인권 로고, 현장 명칭, 현장을 소개하는 짧은 문구를 국문과 영문으로 표기했다.
서울시는 1894~2000년 인권 역사에서 중요한 현장 110여곳을 추천받아 전문가와 시민 의견수렴 등 절차를 거쳐 43곳을 선정했다. 공사 중이거나 정확한 현장 위치를 고증 중인 5곳을 제외한 38곳에 먼저 표지석을 놨다. 아울러 서울시청 신관 왼쪽 보도에 서울 지도 모양의 ‘인권서울기억지도’ 조형물을 설치, 인권현장 위치를 알 수 있게 했다.
서울시는 표지석 설치와 함께 인권현장을 시민이 직접 탐방하도록 7개 도보 탐방 코스도 개발했다. 민주화(4월길·6월길), 노동(구로길·전태일길), 사회연대(여성길·시민길), 남산(자유길) 등 4개 테마로 짜였다. 코스마다 1∼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내년부터 해설사가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들려주며 코스를 탐방하는 ‘인권현장 탐방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인권현장 표지석 설치와 도보 탐방 관련 문의는 서울시 인권담당관(02-2133-6384)으로 하면 된다. 전효관 서울혁신기획관은 “앞으로도 시민 추천과 전문가 의견 등을 참고해 의미있는 인권현장에 표지석 설치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사진 서울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