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지역 일간지인 <경북일보>가 미르재단과 케이(K)스포츠재단 등 ‘최순실 게이트’로 취임 후 지지율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두고 티케이(TK) 지역민이 응원해야 한다는 ‘충성맹약’ 수준의 사설을 써 물의를 빚고 있다.
이 신문은 지난 20일자 ‘박 대통령 지지율 복원에 TK가 힘 실어줘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박 대통령의 지난 19일 구미, 영주 방문을 두고 “박 대통령의 방문 의미를 살리고 계승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또 외국인 유학생 등과 함께 영주 소수서원을 방문한 박 대통령의 일정을 두고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치켜세우며 “현대인에게 결핍된 인성 함양에 기여할 것”이라며 의견을 덧붙였다.
신문은 영국 여왕의 방한과 박 대통령의 방문을 동일 선상에 놓고 박 대통령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유명인사의 지역 방문은 지역의 브랜드효과를 높인다”며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1999년 안동 방문을 예로 든 뒤 "박 대통령의 구미산단 방문을 계기로 침체된 지역 경제가 되살아나길 기대한다”고 썼다.
사설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주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한데다 티케이마저도 과반이 무너진 위기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지율을 복원해야 하는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박 대통령을 만드는데 앞장선 티케이지역민들이 어려움에 봉착한 박 대통령을 더욱 응원한다면, 박 대통령도 심기 일전해 국정을 추스릴 것이 아니겠는가”라는 문장으로 마무리됐다.
정치적 위기 상황마다 자신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온 대구·경북 지역을 찾는 박 대통령의 행동에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청와대 관보 수준의 황당한 주장을 펼친 <경북일보>의 사설은 누리꾼들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본 기사중, 가장 재미있는 사설”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과 “이렇게 맹목적으로 지지해주니 오만한 국정을 펼치는 것”이라고 꼬집는 의견이 있었다. 경상남도 지역 일간지인 <경남도민일보>의 김주완 이사는 “조중동도 감히 못쓰는 충성 맹세”라고 비판했다.
<경북일보>의 사설이 이 지역 민심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또 다른 대구 지역신문인 <매일신문>은 21일자 사설에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2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발언을 두고 “‘사실이 아니다’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수사하지 말라는 신호라는 의심을 피하지 못한다. (중략) 검찰은 박 대통령의 발언에 휘둘리지 말고 국민을 보고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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