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방세 고액상습 체납자 공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5억3600만원이 밀려 체납액 규모로는 올해 서울시 신규 체납자로 공개된 이들 가운데 6번째로 많았다. 전씨 아들 재용씨는 지난해부터 경기도 체납자로 공개되어왔다.
행정자치부는 “2016년 지방세 고액·상습 체납자 공개 명단에 신규로 오른 3만6433명(전체 체납액 1조745억원)의 신상 정보를 각 시·도 누리집을 통해 17일 아침 9시 동시 공개한다”고 이날 밝혔다. 올해 1월1일 기준으로 1000만원 이상이 1년 넘게 체납된 개인 및 법인 가운데 여섯달 이상의 소명 기회를 부여받았으나 특별한 사유 없이 여전히 납부하지 않은 이들이다.
정부는 서울시 건의를 받아들여 공개 기준을 기존 체납액 ‘3000만원 이상’에서 올해부터 ‘1000만원 이상’으로 낮췄다. 2014~2015년 한해 5000명 안팎이던 신규 공개 인원이 올해 3만명 이상으로 크게 늘어난 이유다. 기존 공개자까지 포함하면 5만2595명(전체 체납액 3조9407억원)의 체납자 신상 정보를 전국 시·도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 지방세 체납자 개인 상위 10위(신규)
올해 신규 체납자로 호명된 이들 가운데 눈에 띄는 인물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2013년 명단에 처음 올랐다가 검찰이 압류한 재산이 서울시에 배분되어 체납액이 줄어드는 등의 이유로 빠졌었다. 서울시는 지난해 국가에 의해 추가 과세된 만큼 발생한 지방소득세 등이 밀린 것에 대해 전씨를 다시 공개 명단에 올렸다. 지방세기본법은 재산상황 등을 따져 공개의 실익이 없는 경우 공개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했는데, 정부는 전씨가 여전히 납세 여력이 있거나 사회적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보는 셈이다.
전체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 체납자가 74%(체납액도 74%인 7962억원)로 가장 많았고, 영남권이 15.3%로 뒤를 이었다. 나머지는 충청권(7.5%), 호남권(3.2%) 순이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1456개(22.1%), 건설·건축업 1433개(21.8%), 도소매업 1015개(15.4%), 서비스업 825개(12.5%)였다.
신규 공개자 가운데 체납액 1위는 12억9900만원이 밀린 오현식(57·경기)씨로 도소매업 회사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공개자까지 치면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63·서울 중구 동호로20나길 23)의 84억2700만원이 가장 크다.
지방세 등 고액 체납 법인 상위 전국 10위(신규)
행자부는 “자치단체별 ‘고액 체납자 특별전담반’을 통해 체납자 은닉재산을 추적하는 동시에 신용불량 등록, 출국금지 등을 병행 실시하고 체납자의 범칙혐의가 있으면 압수수색 등의 범칙조사를 통해 지방세 법령 위반에 대한 책임을 엄격히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4월 명단공개 대상자에게 공개사실을 사전 통지하는 등 명단공개 진행과정 중에 체납자 1811명을 대상으로 77억원의 세금을 징수했다”며 “이번 공개 대상자 중에는 전직 대통령과 대기업 회장 등이 포함돼 있어 시는 이들을 사회저명인사로 분류해 지속 특별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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