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 이유로 강력 비판…“서구에선 대통령 사임할 일”
라디오에선 여의도 정치 비판 이어가…“여당이나 야당이나 불신”
라디오에선 여의도 정치 비판 이어가…“여당이나 야당이나 불신”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실체가 확인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국회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요구했다.
박 시장은 13일 자정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야만적 불법행위와 권력남용을 자행하는 현 정부와 대통령은 탄핵대상 아닌가요. 이런 정도의 사건이 서구에서 일어났다면 어떤 대통령도, 어떤 내각도 사임할 일이 아닙니까”라고 글을 올렸다. 박 시장은 이어 미국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야당의 정보를 불법 도청으로 수집하려다 현직 대통령이 사임한 대표적인 권력남용 사건)을 언급하며 “정상적 민주주의하에서 어떤 공직자를 지지했다고 블랙리스트에 오르고, 온갖 불이익을 받았다는 사례는 들어보지 못했다. 권력의 막장 드라마이고 사유화의 극치다. 당장 국회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탄핵이든, 사임요구든 합당한 조치를 요구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최근 공개된 문화예술계 인사 블랙리스트 문건을 보면, 2014년 6월 서울시장 선거 때 ‘박원순 후보 지지 선언’에 참여한 1608명도 포함돼 있다. 이들 말고도 지난해 5월1일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에 서명한 문화인 594명, 2014년 6월 '세월호 시국선언'에 참여한 문학인 754명,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에 참여한 예술인 6517명도 이름이 올랐다. 전체 9473명이다.
박 시장은 야당에 대한 실망감도 드러냈다. “총선 민의가 무엇을 바라는지 아직 잊지 않았다면 야당은 야당다운 역할을 제대로 해주기 바란다. 지금까지 메가톤급 권력비리와 권력남용이 수없이 있었는데도 다수당이 된 야당의 대응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이 기회에 국정원의 박원순 제압문건도 따져달라. (중략) 국민의 마음이 여당과 정부는 물론이고 야당으로부터도 온전히 떠나가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박 시장은 이날 아침 <한국방송>(KBS) 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에 나와 여의도 정치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박 시장은 “내년 대선을 포함해 정치가 그런 당파적 입장이나 시각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이 보기에는 여당이나 야당이나 여의도 정치에 대해 굉장한 불신과 불만이 있지 않냐. 마치 정치 게임에 임하듯이 어떤 자기 이해를 고려하는 것에 대해 국민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 출마와 관련해 ‘당내 가장 큰 세력인 문재인 전 대표의 조직 기반과 지지율을 극복할 방안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서울시장 두 번 당선될 때도 정치세력이 없었다. 결국 모든 선출직 공직자의 운명이라는 것은 그런 시대의 요구, 또 국민의 부름, 여기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강력한 조직도 민심 앞에서는 그야말로 풍전 낙엽이 아닐까. 우리 시대의 요구, 민심을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하고 그분들의 소망을 받아 안는가에 달렸다고 본다”고 대답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박원순 시장 페이스북 글>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습니다.
이런 야만적 불법행위와 권력남용을 자행하는 현 정부와 대통령은 탄핵대상이 아닌가요?
이런 정도의 사건이 서구에서 일어났다면 어떤 대통령도, 어떤 내각도 사임할 일이 아닙니까?
2014년 지방선거때 저를 지지선언한 1600여명 명단도 주요한 대상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저를 지지한 문화예술인이 포함되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닉슨의 워터게이트를 생각해 보십시요. 정상적 민주주의하에서 어떤 공직후보자를 지지했다고 블랙리스트에 오르고, 온갖 불이익을 받았다는 사례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권력의 막장 드라마이고 사유화의 극치입니다. 당장 국회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리고 그 조사결과에 따라 탄핵이든, 사임요구든 그 무엇이든 합당한 조치를 요구하기 바랍니다. 총선민의가 무엇을 바라는지 아직 잊지 않았다면 야당은 야당다운 역할을 제대로 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매가톤급 권력비리와 권력남용이 수없이 있었는데도 다수당이 된 야당의 대응은 참으로 실망스럽습니다. 이 기회에 국정원의 '박원순제압문건'도 따져 주세요. 어찌 정보기관이 멀쩡하게 천만시민의 손으로 선출된 시장을 제압할 생각을 한단 말입니까? 국민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나라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더 이상 어찌 참을 수 있겠습니까?
국민의 마음이 여당과 정부는 물론이고 야당으로부터도 온전히 떠나가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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