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군수에게만 설명하고 끝…끝까지 ‘사드 뒤통수’
“공식적 제안도 만남도 없었다”, “모든 지역 연대해 투쟁”
30일 오후 2시30분 경북 성주군 성주읍 경산리 성주군청 정문 입구에서 주민 100여명이 사드배치 결사반대를 외치며 국방부의 이날 발표를 비판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 5100만명을 살리기 위해 성주 주민 4만5000명을 희생시키려했다. 그리고 또 4만500명을 살리겠다며 성주 초전면 주민 5000명에게 사드를 떠밀고 있다. 계속해서 똑같은 논리를 펴고 있다.”
30일 오후 2시30분 경북 성주군 경산리 성주군청 정문 입구. 마이크를 잡은 초전면 주민 이종희(59)씨가 앞에 모인 주민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성주군청 정문 입구에는 주민 100여명이 몰려와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를 외쳤다. 이씨는 “안보에 사드가 정말 필요하다면 국방부는 진심으로 군민을 설득해야 한다. 우리가 똘똘 뭉쳐 힘을 모은다면 사드 배치를 막아낼 수 있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이날 오전 9시30분 류재승 국방정책실장은 김항곤 성주군수와 배낙호 성주군의회 의장을 찾아와 ‘성주군 초전면에 있는 롯데스카이힐 컨트리클럽(골프장)이 기존 사드 배치지인 성산포대를 제외한 다른 후보지 중에서 가장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 주민은 아무도 없었다. 이날 오후 2시에 국방부 관계자들이 성주군청에 올 것이라는 언론보도를 철썩같이 믿은 주민들이 성주군청에 갔을 땐 국방부 관계자들이 모조리 떠난 뒤였다.
주민 100여명은 이날 오후 2시 ‘사드배치 결사반대’라고 적힌 작은 펼침막을 들고 성주군청 정문 입구에 모였다. ‘성주읍은 의리 지켜 초전면도 지켜내자’, ‘사드철회 될 때까지 우리의 촛불은 계속된다’, ‘성주읍은 김천 사드배치 막아내고 양심을 지켜내자’고 적힌 손팻말도 흔들었다.
주민 배은하씨는 “뉴스로 사드가 초전에 간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막상 어제 저녁부터 뉴스를 들으니 가슴이 아프고 슬펐다. 끝까지 함께 싸우는 것이 우리의 도리”라고 말했다. 김충환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 위원장은 “오늘 국방부가 이야기 한 것은 제3지역 중에서 성주 골프장에 제일 낫다는 것이지 기존 성산포대보다 성주 골프장이 더 낫다는 것은 아니다. 결국 아직까지도 사드 배치 예정지는 성산포대다. 국방부의 오늘 이야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는 앞으로 계속 하던대로 싸워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날 국방부의 발표를 비판했다. 성주투쟁위는 성명서를 통해 “초전을 비롯한 10개 읍·면 투쟁위를 통해 사드배치철회 투쟁을 성주의 모든 지역으로 확대할 것이며, 김천의 주민과 연대하여 사드배치를 위한 정부의 모든 기도를 분쇄할 것이다. 사드배치는 오직 하나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몰고 올 것이며, 이 위기는 초전을 비롯한 성주의 모든 지역과 김천, 나아가 한반도 모든 곳을 가리지 않고 찾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는 투쟁이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으며, 이 확신으로 사드배치철회가 되는 그날까지 이 땅의 평화를 위하여,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모든 지역과 연대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천에도 황희종 국방부 기조실장이 찾아와 시청 2층 대회의실에서 단식을 하고 있는 박보생 김천시장에게 이런 결과를 설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박 시장은 황 실장을 만나주지 않았고 주민들도 황 실장을 막아섰다. 황 실장은 이날 오후 2시20분까지 김천시청 부시장실에서 기다리다가 결국 박 시장과 면담이 성사되지 못하자 시청을 떠났다.
이날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는 성명서를 내어 “사드를 지역민과 단 한마디 협의도 없이 밀어붙이는 어둠의 시대를 다시 경험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어떤 공식적인 제안이나 만남도 없었다. 김천시민은 철저하게 무시당한 것이다”며 국방부를 비판했다. 또 “우리는 박근혜 정권의 퇴진과 새누리당 소멸을 위해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글·사진 성주/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