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정비사업 강제철거 예방 종합대책’ 발표
사전협의체 주체 조합→구청장으로 변경
불가피한 집행 때도 공무원이 현장 입회
사전협의체 주체 조합→구청장으로 변경
불가피한 집행 때도 공무원이 현장 입회
“사람은 결코 철거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용산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모든 법과 행정적 권한을 동원하겠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9일 뉴타운이나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과정에서 벌어지는 불법 강제철거를 퇴출하는 내용의 ‘정비사업 강제철거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시는 이번 대책에서 정비구역을 지정할 때부터 사람·인권 중심의 판단을 강화한다는 원칙을 확고히 했다. 지금까지는 노후도·가구 밀도 등 물리적·정량적 평가만 해왔지만, 앞으로는 거주자 의향·주거약자 문제·역사생활문화 자원 등 정성적 요소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할 방침이다.
또 관리처분인가 이후에 꾸렸던 사전협의체를 관리처분인가 이전으로 앞당겨 운영하고, 사전협의체 구성 주체도 기존 조합에서 구청장으로 바꾼다. 사업협의체는 조합·가옥주·세입자·공무원 등 5명 이상으로 이뤄져 세입자가 자발적으로 이주할 수 있게 5차례 이상 대화하도록 한 제도다. 그동안 법령이나 운영기준 없이 행정지침으로 운영됐지만, 올해 안에 조례를 개정해 법제화하고 세부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박 시장에게 강제철거 문제는 오랜 숙제였다. 지난 2009년 용산참사 이후인 2011년 시장이 되고서 세입자 이주대책 등 관련 제도를 보완하고 2013년 사전협의 절차를 도입하는 등 강제철거 예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음에도 월계2구역(인덕마을)이나 무악2구역(옥바라지 골목)같은 갈등이 반복되어 왔다.
지난 5월17일 박 시장은 강제철거가 이뤄지던 무악2구역 재개발 현장을 방문해 “서울시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 공사는 없(게 할 것이)다. 내가 손해배상을 당해도 좋다”며 공사를 중지시킨 바 있다. 시민들은 호응했으나, 뒤늦은 조처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기자설명회에 용산참사로 남편을 잃은 전재숙씨 등 유가족들과 함께 참석한 김우영 은평구청장은 “그동안 조합과 세입자간 분쟁이 생겨도 구청이 개입할 관련 규정이 없었는데, 도시분쟁조정위원회에 직권상정할 권한이 구청장한테 생기면 분쟁 조정에 적극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불가피하게 인도집행이 이뤄질 경우에도 감독 공무원을 현장에 보내 공식 집행관 대신 조합 쪽 고용인력(용역)이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단속하고, 위법행위는 고발할 예정이다.(<한겨레> 9월28일치 13면
박 시장은 “민사집행법에 따라 채무자의 주거 등을 수색하고 잠근 문을 여는 등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은 집행관과 집행관이 직접 고용한 집행보조자만 할 수 있다. 집행관이 아니라 조합이 용역을 동원해 철거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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