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13일 경기 평택시 신장동 오산미공군기지(K-55)에서 한미 공군전술훈련을 마친 양국 공군 관계자가 언론 브리핑을 하는 모습. 미공군 51전투비행단 제공.
“쿵~씨익~쌩~”
22일 오전 경기 평택시 신장동 오산미공군기지(K-55)에서 미군 전투기 2대가 굉음을 내며 날아올랐다. 곧이어 하늘에서 지상을 향해 사람 인(人)자의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하강하다 도심 하늘을 낮게 질러 반대쪽으로 사라졌다.
오는 24∼25일 케이(K)-55에서 열리는 ‘2016 에어쇼’를 앞두고 평택시에서는 미군 전투기들의 연습비행이 부쩍 늘며 주민들의 소음 피해 호소도 커지고 있다. 신장동 주민 이아무개씨는 “비행기 이착륙이 많아지고 소음 반경도 넓어졌다. 평소 지나다니지 않던 항공로로 전투기들이 수시로 뜨고 내리면서 괴롭다”고 말했다.
올해 주민들의 불평 불만은 유독 크다. 평택시가 주민들의 미군 전투기 소음 피해를 막기 위한 방음사업비 1800억원 중 1100억원을 도로 신설 등의 지역개발 사업에 돌린 데 이어(<한겨레> 9월21일치 13면) 미공군이 주관하는 대규모 에어쇼에 1억원을 지원키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괌을 출발해 20일 한반도를 비행한 뒤 경기 평택시 신장동 오산미공군기지(K-55)에 착륙한 미국의 초음속 전략 폭격기 B-1B랜서 모습. 미공군 51전투비행단 제공.
이번 에어쇼는 미군의 예산 부족으로 중단됐다가 4년 만에 재개된 것이다. 평택시는 24일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이충초등학교에서 오산미공군기지 사령관과 주한미군, 공재광 평택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한미친선평화음악회’에 8000만원, 에어쇼 기간 중 임시주차장 운영에 들어가는 2000만원 등 1억원을 지원한다.
평택경찰서도 비상이 걸렸다. 경찰은 이틀간 행사를 위해 경기남부경찰청에 경찰 6개 중대(600명)와 2개 교통중대(200명)를 요청했다.
이에 평택평화센터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들로 이뤄진 ‘평택오산기지 에어쇼 개최 중단 시민행동’은 지난 19일 평택시청과 K-55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에어쇼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평택시민의 고통이 쇼가 될 수 없다”는 논리였다.
평택시 관계자는 이에 “저희도 안하면 좋지만 에어쇼 중단 여부는 미공군이 결정할 문제다. 에어쇼를 계기로 7만∼10만명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부에서는 이를 통해 평택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자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 박호림 사무국장은 “어떻게 지자체가 주민들의 전투기 소음 피해는 신경도 안 쓰면서 고통을 주는 미군 전투기 에어쇼를 방치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누구를 위한 자치단체냐”라고 되물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