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길음시장 앞 지하보도 현재 모습(위)과 미니 공연공간 조감도. 서울시 제공
횡단보도가 늘면서 행인이 줄어든 지하보도들이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선릉 지하보도도 마찬가지다. 사거리에 횡단보도가 생긴 뒤에 활용도가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고민하던 서울시는 선릉 지하보도를 생태공간으로 바꿔 인근 직장인들의 쉼터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역시 통행량이 없어 폐쇄가 거론되던 길음시장 앞 지하보도는 마을 영화관·문화공연 장소로 조성해 지역주민이 자유롭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게 운영한다.
서울시가 시 곳곳의 빈터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시민 누리공간 만들기 프로젝트’를 가동한다고 19일 밝혔다. 고가하부나 지하보도, 방치된 공개공지처럼 활용도가 떨어진 유휴공간을 시민이 직접 참여해 활기를 띠는 곳으로 재창조하는 사업이다. 시는 지난 7월부터 사업공모를 통해 제안서 39건을 받았다. 1차 온라인 투표로 20곳으로 추린 뒤 2차로 시민과 전문가 100명의 현장평가 심사를 거쳐 시범사업지 10곳을 선정했다.
은평구 수색역 굴다리 입구는 지역의 청년예술가를 통해 문화·예술활동, 작품전시, 마을명소 홍보 등 동네 문화공급소 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중구 무교동 어린이재단 앞 공터에는 작은 영화관이 생긴다. 컨테이너 내부는 5석 정도의 미니영화관으로, 야외에는 따로 상영관을 만들어 지역주민이나 직장인이 단편영화를 볼 수 있다. 마포구 서강나루공원은 각종 시니어 지원 프로그램과 시니어-청년이 소통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시니어 전용 광장으로 조성된다. 이밖에 청계천 고산자교 하부 공터, 용산구 서계동·후암시장 일대, 남창동 남산입구 지하보도 등이 저마다의 특성을 살려 새로 꾸며진다.
이 프로젝트의 특징은 시민 주도형이라는 점이다. 서울시는 지원역할에 머물고, 전 과정을 시민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지역사회 동력에 온전히 맡긴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과거 공급자 위주의 공공 정책에서 탈피해 수요자인 시민이 직접 공급주체가 되는 새로운 거버넌스 사업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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