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저녁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열릴 예정이던 사드 배치 철회 촛불 문화제에 참석하러 나온 주민들이 가득찬 자동차 때문에 집회를 할 수 없게 되자 당황해하고 있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제공
경북 성주군이 군청 앞마당에서 60일 동안 사드 배치 철회 촛불 문화제를 해온 주민들에게 더는 앞마당을 내주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사드 배치 찬성을 외치는 보훈·안보단체에는 앞마당 사용을 허가해 정치적으로 편향된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촛불 문화제 참가 주민들은 김항곤 성주군수(새누리당)를 상대로 법원에 집회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했다.
성주군은 성주군청 앞마당에 천막을 쳐놓고 사드 배치 반대 촛불 문화제를 열어온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원불교 성주교당, 성주성당, 성주제일교회 등에 지난 11일 ‘성주군청사 내 각종 시설물 철거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성주군은 공문에서 “지난 9일 북한의 제5차 핵실험에 의한 한반도 안보와 국제 정세의 급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추석 명절 분위기는 물론 군정 업무의 정상화를 위해 그동안 사용 동의한 성주군 청사 앞마당을 11일부터 사용 불가함을 통보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일 성주경찰서는 주민 김성혜(59)씨가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사드 배치 철회 촛불 문화제를 계속 열겠다며 낸 옥외집회 신고서를 보완하라며 돌려보냈다. 경찰은 보완통고서에서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집회하려면 성주군으로부터 사용허가를 받아야 하며, 성주보훈단체연합회에서 지난달 28일부터 25일까지 같은 장소에 집회신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지난 7월13일부터 매일 저녁 촛불 문화제를 열며 성주군의 사용허가를 받고 경찰에 집회신고를 했다. 하지만 성주군이 갑자기 사용허가를 하지 않아, 지난 11일 저녁에는 성주문화원과 성주우체국 앞 인도에서 61일째 촛불 문화제를 이어갔다. 그러나 성주군청 앞마당에 집회신고를 한 성주보훈단체연합회는 집회를 열지 않고 있다. 촛불 문화제에 참가하던 김 군수도 최근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성주 투쟁위 법률자문을 맡은 류제모 변호사는 “성주군은 그동안 촛불 문화제를 위해 앞마당을 내줬고 보훈단체에도 사용승인을 해주며 앞마당에서의 집회가 공유재산 관리에 지장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촛불 문화제에만 사용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것은 공유재산 관리가 아니라 집회 내용을 규제하려는 조처로 볼 수밖에 없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성주군청 앞마당은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상 성주군이 소유하고 관리하는 공유재산이면서 개방된 곳이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옥외집회가 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서울광장을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하고 있다.
성주 투쟁위 홍보분과 실무위원을 맡은 주민 박수규(53)씨는 “군수도 한때 촛불 문화제에 참석했는데 갑자기 무엇이 두려워서 군청 앞마당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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