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자정 무렵 새 포획틀 구역으로 들어온 멧돼지 무리. 선진이 제공한 영상 갈무리
지난 8일 자정 무렵 서울 강북구 소재 북한산국립공원 안, 어둠 속에서 멧돼지 4~5마리가 철제 구조물 안으로 들락거리는 모습이 영상에 포착됐다. 멧돼지들이 평화롭게 먹이를 먹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무리 위엔 지름 7m, 높이 160㎝의 대형 포획틀이 설치되어 있다. 지면으로 내려앉으면서 멧돼지를 가두는 원형 구조물이다. 지난 1일 그렇게 이 포획틀에는 3년생 수컷 한 마리가 잡혔다.
서울대 산림과학부 이성민(33) 박사과정생은 지난 1일부터 국립공원관리공단과 강북구청의 협조를 구해 강북구 북한산 자락에 자신이 새로 개발한 포획틀을 설치했다. 이씨는 포획된 멧돼지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 멧돼지 생태·행동연구를 할 계획이다. 가을·겨울이면 먹이를 찾아 주택가로 내려오는 멧돼지 피해를 줄일 방법을 찾는 것이 궁극의 목표다.
새로운 포획틀의 가장 큰 특장은 무리 포획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또 중앙에 위치한 동작센서가 멧돼지의 움직임을 감지하면 원형 포획틀이 공중에서 내려오기 때문에 ‘멧돼지도 모르게’ 멧돼지를 가두는 장점이 있다.
개체수 조절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여러 지자체가 사용 중인 우리형 포획틀은 멧돼지 한 마리 몸에 딱 맞는 크기의 덫 방식이었다. 경계심 많은 멧돼지가 틀 안으로 머리를 넣지 않았고, 가족 단위로 움직이는 멧돼지를 잡기도 마땅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엽사를 고용해 한 마리씩 사냥하는 방법으로 개체수를 조절해왔지만, 피해가 줄지 않고 있다.
멧돼지 전문가인 국립공원연구원의 김의경 연구원은 “외국에서도 사용하는 방식이다. 효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일단 연말까지 이씨의 포획틀 성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이씨는 “고양이나 새는 들어와도 가두지 않기 위해 포획틀의 높이를 멧돼지 키 이상으로 고정시켰다. 사람이 갇히지 않도록 밤에만 작동할 계획”이라고 했다.
경계심이 많은 멧돼지는 먹이가 있어도 비좁은 기존의 포획틀 안으로 잘 들어가지 않았다. 선진 제공
포획틀 제작엔 500만원이 넘게 들었다. 축산식품업체 ㈜선진이 이씨에게 20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서울과 경기도에 걸쳐 있는 북한산국립공원에 사는 멧돼지를 120마리로 추정하고 있다. 민간에선 300마리 이상으로 추정한다. 서울시에서는 지난해 멧돼지 발견 신고만 155건(포획 45마리)이 들어왔다. 2014년은 신고 199건(포획 5마리), 2013년은 신고 135건(포획 17마리)이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