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사드배치철회 투쟁위원회 15일 성주 성밖숲에서 5천명 참여 사드 반대 집회
“815번째 삭발자 무대 위로 모시겠습니다. 올라와 주십시오.”
광복절인 15일 오후 5시께 경북 성주군 성주읍 공원 성밖숲에서 열린 ‘사드철회 평화촉구 결의대회’에서 2부 사회를 맡은 이재동 성주군농민회장이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외쳤다. 잠시 뒤 머리카락을 빡빡 깎은 한 남성이 ‘사드 결사반대’라고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무대에 올라왔다. 815번째 삭발자는 지난달 15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성주에 왔을 때 트랙터로 길을 막은 주민 이신곤(47)씨였다.
이씨는 “갑자기 불러서 준비도 안 했는데 두렵고 설렌다”며 “(황교안 총리가 성주에 왔을 때) 트랙터로 길을 막았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에게 이런 영광스러운 번호를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태어나 처음 본 하늘이 성주의 하늘이었고, 지금까지 이 하늘에서 살아오고 있다. 5만 군민 함께해서 사드 배치 몰아내자”고 외쳤다.
이날 오후 4시 ‘성주 사드배치철회 투쟁위원회’(공동위원장 백철현·정영길·김안수·이재복)가 연 결의대회에서는 주민 908명이 단체 삭발을 했다. 국내에서 한번에 900명이 넘게 머리카락을 깎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투쟁위는 광복절에 맞춰 815명을 목표로 삭발할 사람들을 신청받아 무작위로 번호표를 나눠줬는데 목표치를 넘겨 908명이 참가했다.
결의대회엔 모두 5천여명이 참석했다. 국방부가 성주 사드 배치를 발표한 지난달 13일 성밖숲에서 열린 ‘사드 배치 반대 범군민 궐기대회’에 이어 33일 만에 성주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다. 당시 궐기대회에도 3천여명이 나와 ‘성주 사드 배치 반대’를 외쳤다. 한 달을 넘긴 이날 결의대회에서 주민들은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를 외쳤다.
이들은 사드철회 평화촉구 결의문을 통해 “성주의 성스러운 땅, 성산을 외세의 군사기지로 영구히 내줄 수는 없다. 사드를 반드시 막아내고 성산을 평화의 상징으로 우뚝 세워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백철현 투쟁위 공동위원장은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우리가 성주에서 사드를 막아내면 이 땅 어디에도 사드는 들어오지 못한다. 성주 5만 군민이 밑불이 되겠다”고 호소했다.
박효정 투쟁위 사무차장은 ‘대통령께 드리는 글’을 통해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선언하고 있다. 민주공화국은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어우러져 사는 나라다. 5천만을 위해서 5만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선언한 헌법정신에 위배된다. 대통령께서 취임하실 때 읽었던 헌법 제69조의 선서를 다시 한번 상기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모두 ‘사드 결사반대’라고 적힌 파란색 머리띠를 하고 ‘사드 배치 결사반대’라고 적힌 파란색 작은 펼침막을 흔들었다. 주민들은 “성주가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이 성주다” “사드 배치 결사반대” 등을 함께 외쳤다. 주민들은 저녁 8시부터는 성주군청 앞마당으로 자리를 옮겨 34일째 촛불문화제를 이어나갔다.
삭발에 참여한 주민 김삼곤(47·성주읍)씨는 “성주읍에 초·중·고와 아파트가 다 몰려 있는데 여기서 사드가 배치되는 성산까지는 1.5㎞밖에 안 떨어져 있다. 성주군민 다 죽으라는 것도 아니고 평생 농사짓고 평화롭게 사는 사람들에게 정부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주/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성주 군민들이 15일 오후 성주읍 성밖숲에서 군민 삭발식을 마친 뒤 사드철회 평화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성주/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성주군민 1,000여 명이 15일 오후 사드 배치 철회 의지를 다진며 성주군 성밖숲에서는 '사드 배치 철회 1만 군민 결의대회'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성주/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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