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변호사. 강재훈 선임기자
나라슈퍼·친부살해 사건 등
굵직한 재심 이끈 박준영 변호사
무료 재심사건 매달리다 ‘파산’ 몰려
공익변호사 삶 지속 위한 스토리 펀딩 나서
굵직한 재심 이끈 박준영 변호사
무료 재심사건 매달리다 ‘파산’ 몰려
공익변호사 삶 지속 위한 스토리 펀딩 나서
“이젠 완전히 망했습니다. 돈 나올 데가 없으니…”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혔거나 수형 생활을 끝낸 형사사법절차 피해자들에 대한 법원의 재심 결정을 잇따라 끌어내면서 ‘국내 최고의 재심 변호사’로 떠오른 박준영(43) 변호사가 사실상 ‘파산(?)’을 선언했다. 생계가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박 변호사는 9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수원지법 앞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을 이달 안에 빼고 포탈사이트인 다음에서 스토리펀딩에 나서려고 한다”고 말했다. 스토리펀딩은 박 변호사의 삶과 그동안 일을 주제로 한 글이 포털에 오르면 이를 읽고 공감한 독자들이 이 기사에 후원금을 내는 것이다. 박 변호사가 고심 끝에 생각해낸 마지막 자구책이다.
그는 2007년 변호사 개업했다. 지방대를 중퇴하고 독학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한 그가 설자리는 비좁았다. 다른 변호사들이 외면하던 국선변호사건을 매달 50여건씩 맡으며 버텼다. 그는 2010년 대법원에서 수원역 노숙소녀 살인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노숙청소년 4명의 무죄를 이끌어내면서 그의 삶도 바뀌었다. 친부 살해 혐의로 15년째 복역 중인 무기수 김신혜(38·여)씨와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징역 10년을 살고 나온 최아무개(32)씨, 지난 6월에는 삼례 나라수퍼 강도사건의 범인으로 몰렸다가 3∼6년형을 살고 나온 장애인 임아무개(37)씨 등 3명의 재심결정도 잇따라 이끌어냈다.
‘박 변호사가 경제적으로 파경에 이른 이유는 뭘까. 박 변호사는 “애초 재심 사건을 맡으면서 돈을 본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장애인이고 고아인데 여기에 억울한 누명까지 왜 이중의 불이익을 받아야하는지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당연히 그는 수임료를 받을 수가 없었다. 수원역 노숙 소녀살인 사건에서 무죄를 받은 피해자 4명이 2억여원의 국가 보상금을 받았지만, 세월호 유가족과 미혼모시설 등에 10%인 2천여만원을 기부하게한게 전부다. 이들을 도운 마음의 취지가 변할까 두려웠다지만 그 자신은 경제적으로는 더 어려워졌다.
“노숙소녀 살인사건에서 무죄를 끌어내고 유명해지면서 사건 수임이 많아졌죠. 한달에 10건은 했을까? 변호사 2명에 직원들을 두는 등 성업하다 무료로 재심사건과 탈북자 사건을 맡으면서 상황이 확 달라졌죠” 박 변호사는 이들 사건에 온 힘을 쏟으면서 일반 사건들은 요청이 와도 맡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 결과 수입이 줄면서 동료 변호사를 내보내고, 직원들을 내보내고, 변호사 개업 뒤 개설한 1억원의 마이너스 통장도 이제는 9700만원으로 꽉 찼다.
그가 “최근에 일을 냈다”고 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단 살고 봐야하겠습니다”라며 공익변호사로서 자신의 삶을 이어가기위한 스토리 펀딩 소식을 알린 것이다. 그는“후회하진 않아요. 오히려 많은 분들이 격려를 해주시니 이젠 힘을 내야죠”라며 활짝 웃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하나도 거룩하지 않은, 그러나 소금 같은 변호사 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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