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년활동수당 지원서 단어 추출 분석
취업, 준비, 없다, 부모님 등 많아
한 심사위원 “준가장도 많아 읽다 울어”
취업, 준비, 없다, 부모님 등 많아
한 심사위원 “준가장도 많아 읽다 울어”
‘지방에서 올라왔다. ○년 동안 노량진에서 ○○시험을 준비 중이다. 부모님이 편찮으시다. 공부하며 아르바이트를 해 부모님께 돈을 부친다. 정말 좌절감을 느낀다.’
이달 서울시에 접수된 청년활동수당 지원서 한 장을 한 선정위원이 요약하자니 이렇다. 지원서를 읽다 울고 말았다는 이 위원은 “준가장이거나 생계가 어려운 청년이 많았다”고 <한겨레>에 말했다.
실제 서울시가 청년활동수당을 신청한 청년 6309명이 지원서에 가장 많이 쓴 단어를 추출해보니 취업, 준비, 아르바이트, 없다, 부모님 등의 낱말이 지원동기를 대변하고 있었다. 이 시대 청년들이 떠안고 있는 취업난, 결핍과 좌절의 악순환, 죄책감 등을 유추할 수 있다.
신청은 지난 17일 마감됐다. 서울시는 이후 지원서 항목인 지원동기, 활동목표, 활동계획에 쓰인 낱말, 연관성 등을 정량분석해 주요 낱말과 의미를 분석해 28일 발표했다.
300자까지만 허용된 ‘지원동기’에 많이 쓰인 단어는 취업(6580번), 준비(4321번), 아르바이트(2696번), 없다(2189번), 부모님(1571번) 등이었다. 인접해 쓰인 단어는 길다, 기간, 향상, 해결, 교통비, 의지, 현실 따위였다.
‘활동목표’란에는 자격증(1053번), 취득(947번), 준비(595번), 합격(451번), 공부(409번)가 많았다. ‘활동계획’으로는 공부(4487번), 준비(3873번), 학원(3331번), 자격증(2938번), 취업(2516번), 스터디(2492번), 토익(2406번) 등이 새겨졌다. 이들 단어는 “향상, 직종, 계속, 매진, 주말” 등의 의미를 가진 것으로 풀이됐다.
서울시는 “청년활동지원사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지원금 자체보다 지원금을 통한 시간벌기란 분석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 신청자 가운데 3309명은 떨어진다. 이 사업을 반대하는 정부가 예고대로 ‘불법’이라며 가로막으면 6309명 모두 ‘탈락’할 수도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6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다음달 2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 등에게 직접 청년수당 사업의 필요성을 말하겠다고 밝혔다.
최우리 임인택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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