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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리본’ 성주군민들, 서울역광장서 “사드는 몬스터!”

등록 2016-07-21 17:20수정 2016-07-21 22:38

성주군민 2000여명 상경 집회, 외부인 원천 차단
경찰 3700여명 배치…보수단체 사드 찬성 맞불집회도
“충돌시 외부세력 말 나올 것” 평화시위로 마무리
사드배치 반대를 요구하는 경북 성주군민이 21 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성주군민을 표시하는 '파란 리본'을 달고서 집회를 하고 있다. 김한곤 성주군수가 삭발을 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사드배치 반대를 요구하는 경북 성주군민이 21 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성주군민을 표시하는 '파란 리본'을 달고서 집회를 하고 있다. 김한곤 성주군수가 삭발을 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제가 영어는 잘 못하는데요. 괴물이 영어로 몬스터랍니다. 사드는 몬스터다!”

“사드 공부해보니까 나쁘고 더러운 것 맞죠? 한반도 평화 해치는 것 맞죠?”

21일 오후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군민 2000여명이 상경해 서울역 광장에서 사드 배치 반대집회를 열었다. 군민들은 일부 언론의 ‘외부세력 개입’ 주장에 반발하며 주민 의견을 무시하고 밀어붙인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분노를 토해냈다.

‘사드 배치 철회 성주투쟁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평화를 위한 사드 배치 철회 성주군민 결의대회’를 열었다. 2000여명의 군민들은 일손을 놓고 아침 9시께 전세버스 52대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오후 2시께 32~33도의 뜨거운 열기로 익은 아스팔트 위에 앉은 군민들의 얼굴은 이미 검게 그을려 있었다. 머리에는 ‘사드배치 결사반대’라고 적힌 푸른 띠를 둘렀고, 가슴에는 파란 리본을 맸다. “군수님을 중심으로 사드배치 막아내자” “주민 안전 무시한 사드배치 철회하라” “아이들에게 미래를, 희망을 가져다주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손에 든 작은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었다.

‘외부세력이 개입해 반대 집회가 확산되고 있다’는 보수 언론 보도에 대응이라도 하듯 군민들은 단결된 모습을 보였다. 안전관리, 질서유지를 위해 빨간색 옷을 입은 해병대 전우회 20명이 곳곳에서 경광봉을 흔들었다. 이들의 가슴 위에도 파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군민들은 사는 지역과 이름이 적힌 이름표까지 대부분 목에 걸었다. 본부에서는 자체적으로 질서유지 인원 250명을 두고 군민이 아닌 이들의 집회 참여를 막기도 했다. 김안수 성주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여기서 물리적 충돌이 나면 또 외부세력이니 종북이니 말이 나오니 질서를 지키며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찰도 외부세력 개입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경비과장은 “오늘 집회는 성주군민들끼리 하겠다고 했다. 외부세력 개입 첩보는 들은 바 없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45개 중대 3730명을 배치했다.

소 80마리를 키우는 성주읍 금수면의 문아무개(65)씨는 이날 새벽 4시에 소 여물을 먹이고 서울로 향했다. 동네 주민 80명과 버스 두 대를 나눠타고 점심 무렵 서울역에 도착했다. 선글라스를 쓰고 손수건을 목에 두른 문씨는 “요즘 바쁜데 서울까지 왔다. 성주에 하지 말라는 거다. 순수하게 동네 사람들이 돈을 모아 그 돈으로 왔다. 정부가 우리를 고립시키려고 하는데 빨갱이, 종북으로 몰던 수법을 우리에게도 쓰고 있다. 성주는 그런 것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사드배치 반대를 요구하는 경북 성주군민이 21 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성주군민을 표시하는 ‘파란 리본‘을 달고서 집회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사드배치 반대를 요구하는 경북 성주군민이 21 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성주군민을 표시하는 ‘파란 리본‘을 달고서 집회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사드배치 반대를 요구하는 경북 성주군민이 21 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성주군민을 표시하는 ‘파란 리본‘을 달고서 집회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사드배치 반대를 요구하는 경북 성주군민이 21 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성주군민을 표시하는 ‘파란 리본‘을 달고서 집회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사드배치 반대를 요구하는 경북 성주군민이 21 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성주군민을 표시하는 ‘파란 리본‘을 달고서 집회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사드배치 반대를 요구하는 경북 성주군민이 21 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성주군민을 표시하는 ‘파란 리본‘을 달고서 집회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지난 대선에서 군민 86%가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성주가 느끼는 배신감은 컸다. 성주읍에 사는 임신 6개월인 이아무개(32)씨도 참을 수 없어 상경했다고 했다. 이씨는 박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지금 “피를 토할 만큼 반성” 중이라고 했다. 이씨는 “이제와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지만 80년 광주, 세월호참사 유가족 마음이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또 “집회 나온 젊은 사람들 보고 외부세력이라고 하는데 성주가 ‘깡촌’인 줄로만 아느냐”고 덧붙였다. 함께 상경한 군민들과 개인 자격으로 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에도 방문할 계획이라고 했다.

성주읍의 김이기(53)씨도 4000평 참외, 부추 농사일을 하루 중단하고 상경했다. 박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김씨는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우리 지역에 사드 배치가 부당하다기보다 한반도에 사드를 들이는 것을 부정하고 싶어 나왔다. 대통령은 반대 의견이 있어도 결정을 내려야할 때는 내려야 하겠지만 이렇게 희생당하고 소외되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걸 알아달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사드 보도지침’ 논란과 관련해 일부 군민은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에게 “한국방송(KBS) 기자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이날 김항곤 군수와 부녀회 의장 등 10명은 사드 배치에 항의하는 뜻으로 삭발을 했다. 김 군수는 “경북 평균이 80%인데 성주는 86%가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을 지지했다. 이런 충정을 받아들여줘야 한다”며 “일부에서는 님비, 이기주의라고 말하고 외부세력이니 종북이니 성주군민을 고립시키려고 해 참담하다. 군이 사드배치를 언급한 지 3일 만에 군민의 희생만 강요하며 결정을 따르라고 한다. 대통령을 만나게 해 달라”고 발언했다. 이날 투쟁위원회는 군민들 이름으로 청와대와 미국 대사관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광장 부근에서는 진리대한당 회원 20여명이 ‘사드 배치 반대로 남남갈등을 유발하지 말라’며 사드배치 찬성 집회를 열기도 했지만 충돌은 없었다.

이날 서울역 광장 집회는 오후 4시께 평화 시위로 마무리됐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경환·송기석·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이부영 전 의원 등이 집회 현장을 찾았다.

최우리 김미영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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