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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500m 앞에 사드 배치라니…우리에게 왜 이러느냐”

등록 2016-07-13 17:22수정 2016-07-13 22:30

13일 오전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밖숲에서 열린 사드 배치 반대 군민 궐기대회 참석한 군민들이 사드배치결정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성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3일 오전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밖숲에서 열린 사드 배치 반대 군민 궐기대회 참석한 군민들이 사드배치결정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성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경북 성주 마을 주민들 격앙
“사드가 그렇게 좋으면 국방부 장관 니네 부모집에나 갖다 놓으라고 해” “국방부 이 XX들을 잡아 죽여야해”, “사드 들어오는 산길에 누워 못들어오도록 해야돼”, “(경북) 칠곡이라다가 하루아침에 성주라는 건 또 뭐야”.

13일 오후 3시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산2리 마을회관. 성주에 사드가 배치된다는 소식을 들은 주민 12명이 모여 앉아 서로 이런 말을 주고 받고 있었다. 기자가 “사드가 온다는 성산이 어디냐”라고 묻자, 주민들은 일제히 마을회관 앞에 있는 산을 가리켰다. “기자 양반 한번 보라고. 여기 마을하고 바로 500m 밖에 안돼. 마을 바로 앞에다가 사드 갔다놓겠다는 놈들이 세상에 어딨어.” 한 주민이 뒤에서 격앙된 목소리로 이렇게 고함을 쳤다.

최윤선(61)씨는 “이렇게 집 앞에 있는 산에다가 전자파 강하다는 사드를 갖다 놓으면 나이 많은 주민들은 도대체 어디가서 살라는 거고, 참외는 누가 사먹겠느냐. 주민들이 지금까지 노력해 이렇게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놨는데 우리한테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김순임(64)씨는 “어제 텔레비전 뉴스를 보다가 성주에 사드가 온다는 것을 처음 알게됐다. 성주 주민한테 지금까지 (사드 배치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없다가 갑자기 이러는 것은 결국 우리를 무시해서 그러는 것이다. 참외 수확철인데 화가 나서 지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이러고 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드 포대가 배치될 곳으로 알려진 성주군 성주읍 성산리 성산(389m)은 성주 한중간에 있는 조그마한 산이다. 승용차를 타고 성산을 2분 동안 올라가자 성주군청과 대구지법 성주지원, 학교, 아파트, 상가가 몰려있는 성주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였다. 2분을 더 올라가면 산정상에 ‘공군 제0000부대’가 나온다. 주민들은 흔히 이 부대를 ‘성산포대’라고 부른다. 11만6694㎡ 면적에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인 호크 미사일 등과 레이더 장비 등이 있다. 이곳에는 165명의 군인이 근무하고 있다.

이날 만난 성주 주민들은 몹시 화가나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30분 경북 성주군 성주읍 경산리 성밖숲에 열린 ‘사드 배치반대 범군민 궐기대회’에는 주민 5000여명이 모였다. ‘사드 성주배치 반대 범군민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이재복)는 궐기대회에서 “사드 배치의 원흉이 북한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며 북한 미사일 모형을 가져다 놓고 화형식을 했다. 또 지난 12일부터 사드 성주 배치에 항의하며 단식에 들어간 김항곤 성주군수와 배재만 성주군의회 의장, 이재복 비대위원장 등은 사드 성주 배치를 반대하는 내용의 혈서를 쓰기도 했다. 주민들은 “사드배치 결사반대”, “청정지역 사드배치 결사 저지” 등의 구호를 함께 외치며 정부를 비판했다.

“갑자기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사드 배치 지역이) 성주라고 하기에 설마 아니겠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주민들 상대로 공청회나 설명회 한 번 없이 오늘 상주 배치 확정이라니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이날 궐기대회에 참석한 주민 이일웅(48·성주 대가면 용흥리)씨는 이렇게 말하며 허탈해했다. 이씨는 성주에서 유기농으로 참외 농사를 4000평 정도 짓고 있다. 장남인 그는 아버지가 짓던 참외 농사를 물려받았다. 이씨의 아버지는 참외 농사를 지어 아들 두명과 딸 한명을 키웠다. 아버지처럼 그도 참외 농사를 지으며 아들 한명과 딸 한명을 키웠다.

이씨는 “사드 배치는 보상이나 특혜의 문제가 아니라 대대손손 살던 농사꾼들의 땅이 무너지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사드 레이더에서 강력하 전자파가 나온다는데 주민들 건강 문제와 지역 특산물인 성주 참외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까 봐 걱정이다. 도대체 그런걸 왜 배치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참외로 유명한 성주는 모두 4만6000여명이 산다. 이 가운데 1만800여명이 농사를 짓는다. 전체 농사의 57%가 참외 농사다. 성주 참외는 우리나라 전체 참외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근처에 강이 있고 토지가 비옥한데다가 분지지형으로 폭설 등 자연재해도 적어 참외 농사를 짓기에 좋은 땅이다. 성주군은 1개 읍과 9개 면이 있는데, 사드가 배치될 것으로 알려진 성주읍 인구는 1만4000여명으로 가장 많다.

김항곤 성주군수는 “중앙정부가 주민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렇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참담한 심정이며 우리들의 의사가 관철될 때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재복 비대위원장은 “동의나 협의 과정 등 절차를 무시한 정부의 정책결정과정과 행위는 군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우리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 다함께 힘을 모아 비장한 각오로 끝까지 투쟁하자”라고 말했다.

김 군수와 주민들은 이날 오전 11시30분께 궐기대회가 끝나자 근처에서 버스 5대에 나눠타고 서울 용산구 국방부로 향했다. 이들은 국방부에 혈서를 전달하고 사드 성주 배치에 대해 항의했다. 하지만 이날 ‘친박’인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보도자료를 내어 사드 성주 배치 결정에 대해 사실상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 도지사는 “사드 성주군 배치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이해되나 그 결정 과정과 절차면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는 성주군민들의 희생과 불편,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충분히 헤아려 군민들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한 납득할 만한 수준의 안전, 환경, 지역발전 등의 대책들을 마련하고 이를 신속히 실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사드가 배치되는 곳으로 알려진 성주 성산에서 동남쪽으로 16㎞에는 대구 성서일반산업단지가 있다. 북쪽으로 20㎞에는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서 있다. 동쪽으로 8㎞에는 낙동강이 흐르고 있고, 낙동강 성주대교를 건너면 바로 대구 달성군 하빈면이 나온다. 대구 달성군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하던 시절 지역구이기도 하다.

성주/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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