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보조기구 위해 처방전 필요하지만
병원들 “우리 병원 환자만” 상술만
대학병원은 “보톡스하면 가능” 또 울려
병원들 “우리 병원 환자만” 상술만
대학병원은 “보톡스하면 가능” 또 울려
올해 9살로 초등학교 2학년인 소녀는 뇌성마비 1급과 시각장애 2급의 중증중복장애를 지녔다. 소녀의 발목은 일자형이다. 장애 후유증이다. 비장애인들이 ‘ㄴ’자형인 것과 다르다.
소녀는 장애 특성상 물리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자형 발목이 영구적으로 굳어질 수 있다. 다리에 보조기도 차야한다. 소녀의 장애를 늦추거나 완화하는 방법 중 하나다. 빨리 성장하는 시절이라 2년에 1번씩은 다리 보조기를 다시 맞춰야 한다. 소녀와 소녀의 부모는 꼭 필요한 ‘보조기 처방전’을 받기 위해 병원에 갈 때마다 기가 막힌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 병원 이용하셨어요?”
“아닙니다”
“그러면 처방전을 발급해드릴 수 없습니다”
병원의 말은 장애인 보조기구 착용을 위한 의사 처방전을 받으려면 평소에 물리·재활치료를 해당 병원에서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의 강권이다. 의료법상 의사는 환자를 진단하면 의무적으로 진단서를 발급해야 하지만, 처방전은 의무가 아닌 의사의 재량권에 해당된다.
지난 4월 소녀의 엄마는 병원 3곳을 수소문했으나 “처방전 발급 불가”라는 말만 되풀이해 들었다.
그간 소녀의 부모는 딸을 서울 강서뇌성마비복지관과 부천시 장애인종합복지관에 보내 치료받도록 했다. 일반 어린이재활병원에 보내고도 싶었지만 비용이 커 엄두도 못 냈다.
이들은 “마음이 급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대학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이번에는 ‘보톡스 치료를 받으세요’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미용 시술에 쓰이는 보톡스는 굳은 근육을 이완시켜 주기 때문에 뇌성마비 장애 어린이 치료에 종종 쓰인다. 하지만 10㎖ 한병에 40만원인데다, 보험급여는 한병만 적용되고 2병 이상은 본인 부담이다. 대학병원에서 100만원 이상을 내고 3차례 보톡스 치료를 받은 소녀의 엄마가 “치료 효과가 없어 안 받겠다”고 하자, 처방전 발급이 거부됐다.
소녀의 아버지인 송하성 부천시 장애인부모회장은 “딸아이의 보조기구 착용이 의사의 처방전이 아닌 진단서로 가능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될까요. 병원이 사익을 중시하는 태도가 일반화되어 있어요. 우리 사회가 이것 밖에 안되는 게 너무 슬픕니다”라고 했다.
최근 열린 경기도의회 임시회에서 5분 발언에 나선 류재구 의원(더불어민주당·부천5)의원은 경기도와 남경필 경기지사에게 호소했다. “이런 행태의 병원들을 감독해달라.” 하지만 경기도의 답변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였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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