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석산고 독서동아리 6명
의대 진학을 꿈꾸는 고교생들이 의학소설을 공동으로 펴냈다.
광주 석산고 3학년 김민성(18)군 등 학생 6명은 최근 공동으로 창작한 의학소설 ‘이머전시’(응급상황·EMERGENCY)를 출판했다. 김 군 등은 이 학교 위버맨쉬(초인이라는 뜻의 독일어) 독서토론 동아리의 학생들이다. 의학계열 입시를 준비중인 이들은 지난해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 296쪽 짜리 장편 소설을 탈고했다.
이 책은 의사 한명이 만들어지기까지 겪는 내적 외적 성장통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김지성은 태어나면서 어머니를 여의고 좌충우돌하며 중·고 학창시절을 보내게 된다. 대학에 진학한 뒤에는 해외봉사를 나갔다가 연인을 잃고 무력증에 빠진다. 좌절하던 그는 주변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흉부외과 의사로 성장해 간다.
이들은 지난해 여름방학 때 만든 문집으로 광주시교육청의 책쓰기 활동 우수사례에 선정되자 겨울방학 때 초고를 완전히 뜯어고쳤다. 6명이 모여 소설의 줄거리를 토론하고, 각자 맡은 부분을 써서 의견을 들어본 뒤 고치는 작업을 10여차례 되풀이했다. 이 과정에서 등장인물에 필연성을 부여하고, 전개하는 사건에 이유를 설정하는 등 적지 않은 품이 들어갔다.
김군은 "10대가 소설 주인공의 30대 후반까지 써야했고, 사랑해본 경험이 없는데도 연애 장면을 묘사해야 했다. 친구들과 주인공을 통해 공감하는 능력을 배웠고, 의사라는 직업을 깊이 성찰하는 기회가 됐다”고 전했다.
지도교사 한경옥(46)씨는 “아이들이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국제표준도서번호(ISBN)에 등록한 소설을 내놔 대견스럽다. 기숙사 휴게실에서 밤늦게까지 토론하던 시간들이 스스로의 성장에 밑거름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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