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현장 l 의왕·김해도 레일바이크
의왕·김해 올해부터 뛰어들어
10년전 정선 이후 매년 1개꼴 신설
정선 폐광지역 살려내자 자극받아
폐유휴지 살릴 좋은 선례지만
연이용객 8만~62만 지역편차 커
지역특성 못살리면 애물단지 우려
의왕·김해 올해부터 뛰어들어
10년전 정선 이후 매년 1개꼴 신설
정선 폐광지역 살려내자 자극받아
폐유휴지 살릴 좋은 선례지만
연이용객 8만~62만 지역편차 커
지역특성 못살리면 애물단지 우려
유럽의 산악관광지에서 각광을 받던 레일바이크가 국내 이용객 수 400만명 시대로 달리고 있다.
레저인구가 늘고, 폐철도와 호수, 폐광산 등 지역 내 유휴자원의 재활용과 지역 수익원 창출을 고민하던 지방자치단체들이 레일바이크를 경쟁 상품으로 적극 모색한 덕분이다.
경기 의왕시는 그런 점에서 후발주자이지만, 지역의 9할 정도가 그린벨트로 묶인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며 올해 개시한다는 점에서 늦다 하기 어렵다.
1일 찾은 경기 의왕시 부곡동 왕송호수 주변으로 4.3㎞의 의왕 레일바이크가 윤곽을 드러냈다. 오는 20일 개장을 앞두고 궤도 옆으로 산책로를 꾸미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그린벨트의 도시답게 사방이 ‘녹색’ 천지다.
의왕 레일바이크는 2012년 의왕시가 100억원, 민간업체가 50억원을 공동 투자하기로 하고 4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쳤다. 100만여㎡에 이르는 왕송호수 주변을 따라 레일바이크를 타고 30분~1시간 정도 호수의 전경과 철새, 습지 등의 자연경관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성인 4명의 탑승이 가능한 레일바이크는 너비 1.4m에 길이 2.7m로, 100대가 운행된다.
수도권에서 가장 편리하게 레일바이크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면서도 자연친화적인 장점이 돋보인다. 왕송호수는 수도권에서 차량으로 30분~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근접성이 좋고, 수도권 내 호수로는 유일하게 철새가 경유한다.
이곳에서 만난 의왕시 레일바이크팀 박명선 팀장은 “시가 운영업체에 10년간 운영권을 주는 대신 매년 7억원의 임대료를 받기로 했다. 그러려면 연간 20만명 이상의 이용객이 와야 하는데 30만명 이상은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호수 바로 옆 철도박물관을 이미 연간 25만명이 찾고, 인접한 자연학습공원에 연간 18만명, 왕송호수 내 조류생태과학관에 연간 5만5천명이 찾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국내 레일바이크를 처음 도입한 곳은 2005년 강원도 정선군과 경북 문경시였다. 이후 매년 1곳씩 늘어나면서 지난해 레일바이크 이용객은 310만명을 넘어섰다. 경기 의왕 왕송저수지에 이어 오는 29일 ‘김해 낙동강레일파크’가 문을 열면 2016년을 기점으로 전체 이용객 수는 350만명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또는 코레일이나 민간업체와 손잡고 레일바이크에 뛰어드는 데는 강원도 정선군 등 초기 레일바이크 도입 지역들의 성공 사례가 큰 영향을 미쳤다.
정선군은 코레일 등과 함께 여량면 구절리 폐광지역에 103억원을 공동 투자해 레일바이크를 설치하고 수익금은 반분하는 3자협약을 맺고 있다. 10년 전 운행에 들어간 정선 레일바이크 누적 이용객 수는 이제 312만6000여명에 이른다. 7.2㎞에 걸친 완만한 경사도와 수려한 풍광을 즐길 수 있어 성수기에는 전날 밤부터 예약자들이 줄 설 정도다.
정선 레일바이크는 매년 4억~6억원씩 48억원의 정선군 세외수입을 떠맡고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정선군 문화관광과 백호민 주무관은 “폐광지역인 여량면은 레일바이크가 들어서기 전에는 숙박업소가 1곳에 불과할 정도로 허허벌판이었다. 레일바이크 덕분에 찾는 이들이 늘면서 지금은 숙박업소만 102곳으로 늘어날 만큼 침체된 지역을 되살리는 구실을 했다”고 말했다.
퇴락한 광산도시처럼, 자원이 없기로는 의왕시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인구 15만명의 중소도시인 의왕시는 일단 전국에서 가장 그린벨트 면적이 많은 도시로 유명하다. 전체 시면적 53.991㎢ 가운데 그린벨트가 46.529㎢(86%)다. 가용토지 14% 가운데서도 개발 가능한 땅은 4만여㎡에 불과하다.
김성제 의왕시장은 “의왕레일바이크는 농업용수로도 못 쓰고 방치된 호수를 4급수로 바꿔내고 특히 수십년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였던 부곡지역의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일바이크 400만’의 구름판이 될 의왕시는 이를 통해 수도권 관광 중심지로의 비상을 꿈꾸는 한편, 김해시는 레일바이크 관광을 지역 특산물(산딸기를 이용한 와인)의 판로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로까지 모색 중이다.
하지만 모두가 정선군처럼 될 수 있을까. 의왕은 관광이 활성화할수록 ‘천혜의 환경’이 허물어질 여지도 많아진다. 안양군포의왕환경운동연합 안명균 정책위원장은 “철새들이 찾는 수도권 유일의 호수를 유원지화할 가능성과 함께 시가 투자 대비 얼마나 이득을 얻을지 우려된다. 자치단체들이 그린벨트 등의 유휴자원을 역으로 생태 휴식지로 조성하는 역발상 전환이 아쉽다”고 지적한다.
수원시정연구원의 강영애 연구위원도 “지방자치단체의 경쟁력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레일바이크는 좋은 선례”라면서도 “하지만 모든 레일바이크가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도나도 레일바이크에 뛰어들면서 결국은 지역 특성을 얼마나 잘 드러내는지 차별성 있는 마케팅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한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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