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배기 딸을 숨지게 한 혐의(사체유기)로 긴급체포된 안모(38)씨가 20일 오전 청주 청원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청주지방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살배기 딸 살해 암매장 사건의 경위 등을 알 수 있는 친어머니의 메모가 나왔다. 경찰은 “메모를 보면 윤곽이 조금씩 잡힌다. 어떻게 해서 사건이 났는지 수사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충북 청원경찰서는 숨진 ㅇ양의 친어머니 한아무개(36)씨의 집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분량의 메모가 적힌 다이어리를 확보했다고 22일 밝혔다. 곽재표 청원서 수사과장은 “ㅇ양이 죽은 시점에 작성된 것과 그 이후에 작성된 것도 있다. 날짜가 일부 적혀 있고, 찢어진 것도 있는 등 사건 전후의 과정을 담은 상당한 분량의 메모가 있다. 이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 단서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메모를 토대로 ㅇ양이 숨질 당시 욕조에서 가혹 행위가 있었는지, 사망 뒤 주검을 방치했는지, 주검을 언제 어떻게 어디로 옮겨 유기했는지 등을 면밀하게 살필 참이다. 또 날짜가 쓰여 있는 등 일기 형식의 메모를 통해 ㅇ양 사망 뒤 부모의 행적뿐 아니라 평소 생활과정에서 학대·가혹행위 등이 있었는지를 짚어볼 참이다.
친어머니 한씨가 숨진 터라 메모는 ㅇ양의 주검을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된 의붓아버지 안아무개(38)씨의 진술에 의존했던 경찰의 수사 방향을 다각화하는 결정적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그동안 안씨가 ㅇ양의 사망 경위, 시기, 주검 암매장 장소 등에 대한 진술을 번복하면서 수사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특히 경찰은 안씨가 주검을 암매장했다고 지목한 진천군의 한 야산을 4차례 찾아 16곳을 발굴했지만 ㅇ양의 주검을 찾지 못했다. 곽 과장은 “안씨가 입을 닫을 수 있어 메모는 공개하지 못한다. 메모로 윤곽이 잡혀간다. 이틀 정도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경찰은 22일 오전 거짓말탐지기(폴리그래프) 조사를 시작했으며, 이날 오후부터는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을 투입하기로 했다. ㅇ양의 사망 원인을 밝혀줄 주검 수색은 이후 진행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동 경로, 암매장 때 쓴 삽을 구입한 곳 등까지 확인했지만 안씨의 진술이 엇갈려 주검 수색에 어려움이 있다. 진술 말고도 휴대전화 등에 대한 보강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씨는 2011년 12월께 의붓딸 ㅇ양을 암매장한 혐의로 지난 20일 구속됐으며, 경찰에서 “아내가 딸을 욕조에 가두고, 몇 차례 머리를 물 안에 담궜다”고 진술했다. 친어머니 한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된 지난 18일 밤 자신의 집에서 유서 등을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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