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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필상씨 “차라리 기부를 무효화하고 싶다”

등록 2015-11-24 22:09수정 2015-11-24 22:40

황필상씨.
황필상씨.
“이 나라에 기부한 걸 차라리 모두 무효화하고 싶습니다.”

평생 모은 재산 200억원을 기부해 대학생 장학재단을 세운 황필상(68) 박사가 최근 세무당국으로부터 225억원의 증여세를 내라는 통보를 받자 내뱉은 말이다.

아주대에 평생 모은 주식 등 내놔
세무서, 증여세법 들어 세금 부과
1·2심 판단 엇갈려…대법 계류중

24일 오전 수원세무서에 조세심판청구서를 접수하기 위해 들어선 황 박사는 “이런 몰상식한 짓을 하는 한심한 이 나라에서 더 이상의 꿈과 희망을 접고 싶다”며 얼굴을 붉혔다.

빈민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황 박사는 카이스트 교수 시절 생활정보지인 수원교차로를 창간해 큰돈을 벌었다. 그리고 2002년 모교인 아주대에 현금 15억원과 ㈜수원교차로 주식 등 자신의 전재산에 해당하는 215억원을 기부해 재단법인 ‘구원(九元)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이 재단은 그동안 전국 19개 대학 2422명의 대학생에게 36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했고, 대학원생과 교수 등을 대상으로 한 25억원대의 장학·연구 지원 사업도 벌였다.

‘기부천사’가 졸지에 ‘조세포탈범’ 취급을 받게 된 건 지난달 13일 수원세무서가 황 박사를 ‘증여세 연대납세 의무자’로 지정 통지하고 재단이 내지 않은 증여세 140억여원과 이자 등 225억여원을 내라는 독촉장을 보내면서다.

수원세무서는 재단 설립 6년 뒤인 2008년 140억여원의 증여세를 황 박사가 세운 장학재단에 부과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공익법인이 출연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기업(수원교차로)이 의결권을 갖는 발행주식을 총수의 5%를 초과해 취득보유하면 초과한 주식액만큼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장학재단이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자, 이번에는 아예 기부 당사자인 황 박사에게 직접 증여세 납부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재단 이사장인 아주대 조영호 교수는 “200억원을 낸 기부자한테 다시 225억원을 내라니 인간으로서, 한국인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황 박사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런 고통을 주냐”고 말했다.

법무법인 다산의 김칠준 변호사는 “평생 재산을 기부한 사람에게 증여세 140억원을 부과한 것이 옳은지에 대한 법적 다툼이 계류 중이다. 그런데 전재산을 압류하고 19억원가량을 강제로 집행해 간 것도 모자라 기부자에게 연대책임이라는 굴레까지 씌워 기부액보다 많은 225억원을 내라는 게 국가기관이 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수원세무서의 증여세 부과와 관련해 재단이 수원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증여세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1심 법원은 재단, 2심은 수원세무소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최종심은 4년째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글·사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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