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0명 1만~5만원 출자 생협 꾸려
24개병상 갖춰…하루 70명꼴 혜택
24개병상 갖춰…하루 70명꼴 혜택
“아휴…몸은 아파도 마음이야 편하지….”
18일 오전 경기 오산시 오산로235 오산역 인근의 한 빌딩 3층에 있는 오산시민의원에서 물리치료를 받던 시민 김정숙(79)씨의 얼굴이 환했다. 운암아파트에 사는 김씨는 2만원을 낸 오산의료소비자생협(오산의료생협)의 어엿한 조합원이다. 김씨는 “집 근처 클리닉을 다닐 땐 치료받는 건지 북새통 시장을 가는 건지 몰랐는데 이곳에 와보니 조합원 가입하길 잘한 것 같아”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단 한곳의 대형병원도 없는 오산시에서 기대하기 어려웠던 풍경이다. 지역 시민들이 직접 일군 기적과도 같다. 1780명의 오산시민들이 적게는 1만원에서 많게는 5만원씩 조합비를 내고, 오산의료생협의 이사들 19명이 수천만원씩을 더해 모은 3억5천만원의 출자금으로 오산시민의원을 낸 게 18일로 꼭 한달째다.
시작은 미미했다. 오산역 주변의 낙후된 지역인 남촌동주민자치위원회에서 ‘큰 봉사를 한번 해보자’며 시작한 게 올해 5월이었다. 주민자치위는 매년 500포 안팎의 쌀을 서민들에게 기부하고 어르신들 보행기를 매년 20대씩 보급하는 등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오던 터였다.
오산의료생협 이강우(56) 이사장은 “오산은 의료 사각지대다. 돈 있는 사람들이야 수원과 동탄의 대형병원에 간다지만 없는 서민들은 어쩌겠나. ‘병원 문턱은 높고 의료비는 비싸고 이왕 하는 봉사 더 크게 하면서 서민들도 행복하도록 오산의 의료의 틀을 바꿔보자’며 주민자치위원들과 남촌동장이 의기투합하면서 병원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창립총회를 거친 오산의료생협은 지난달 19일 병원을 개원했다. 264㎡의 의원은 24병상의 물리치료실과 엑스레이실을 갖췄고 가정의학과 전문의와 물리치료사 3명, 간호사 1명이 내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진료와 물리치료를 제공한다. 지난 한달간 이곳을 다녀간 환자는 1500여명으로, 하루 70여명꼴이다. 조합원은 독감예방주사 등 비급여 항목의 경우 최고 50%의 할인 혜택도 본다.
병원 운영은 자원봉사자들 몫이다. 이날 환자 접수는 인근에서 토담집 식당을 운영하는 임애선(44) 이사가 맡았고, 사무실 뒤치다꺼리는 청평추어탕 주인인 진강국(50) 이사가 도맡았다. 이사들과 조합원들이 하루에 2명씩 4시간 자원봉사하면서 병원 운영비를 최소화하고 있다. 진 이사는 “병원이 잘되어서 한방과 치과를 설치해 서민들이 더 넓은 의료 혜택을 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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