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낮 12시30분께 경기 평택시 비전동에 있는 ‘댕구리 쿱’ 매장에서 자원봉사에 나선 김정인씨가 손님에게 물건을 설명하고 있다.
11명이 100만원씩 출자해 매장
로컬푸드 포함 유기농 100종 진열
“주말이면 온다” 호응도 높아
“매장 잘되어서 수익나면
장애인 단기보호시설 만들었으면”
로컬푸드 포함 유기농 100종 진열
“주말이면 온다” 호응도 높아
“매장 잘되어서 수익나면
장애인 단기보호시설 만들었으면”
지난 4일 오후 경기 평택시 비전동 현대아파트 단지 내 ‘함께 가는 둥근 세상 댕구리 협동조합’(댕구리 쿱) 매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비전성당에서 방금 미사를 끝낸 신자 몇이 들어서자 23㎡ 크기의 매장이 꽉 찼다. 주민 최아무개(36)씨는 “유기농 제품을 사러 아내와 함께 주말이면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진열대에는 100여종의 유기농 식품과 친환경 생활용품들이 놓여 있다. 평택에서 생산되는 배 등 로컬푸드와 전국에서 온 유기농 식품, 댕구리 쿱 후원회원들이 만든 세제, 장애인시설 등 사회적 기업이 생산한 친환경 용품들이다.
댕구리 쿱은 조합원 11명이 100만원씩 출자해 만든 협동조합이다. 지난달 18일 매장을 열었다. ‘착한 판매’와 ‘착한 소비’를 통해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여느 협동조합 중의 하나로 보인다. 하지만 댕구리 쿱은 가슴 아픈 현실에서 시작됐다. 조합원 11명 가운데 6명이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다.
평택시 공무원이면서 장애 자녀를 둔 이영욱씨는 “한달에 3만~10만원이라도 받을 수 있는 보호작업장에 장애 자녀들이 나갈 수 있다면 그조차 행복한 게 현실”이라고 했다. 평택지역 8개 고교에 설치된 특수학급과 2곳의 특수학교에서 매년 장애인 100여명이 졸업한다. 하지만 취업은 고사하고 보호작업장을 비롯해 2년 과정의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10~20% 안팎이다. 19살이 되면 정부는 이들을 더는 돌보지 않는다. 남은 일은 부모 몫이다. 장애 자녀를 잠시 맡길 단기보호시설도 찾기 어렵다.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댕구리 쿱을 만들고 운영에 뛰어든 이유다.
매장 일을 보는 김정인(44)씨는 “아직 매출은 적지만 점차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특수학교 교사로 댕구리 쿱 후원자인 그는 매주 일요일 낮 시간에 자원봉사로 일을 돕는다.
댕구리 쿱의 전재탁 이사장은 “매장이 잘되어서 장애 자녀들이 스스로 제조·판매 등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되고 수익이 나면 당장 장애인 단기보호시설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친환경식품협동조합연합인 ‘아름다운 사람들’의 온라인 쇼핑몰(aramcoop.com)에서 댕구리 쿱을 클릭하면 온라인 주문도 할 수 있다.
글·사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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