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만에 범인 붙잡아 영장 신청
신분증 확인없이 허술한 총기 대여
잠금장치 없어 손쉽게 탈부착 가능
처벌 규정 없는 관련 법률도 문제
신분증 확인없이 허술한 총기 대여
잠금장치 없어 손쉽게 탈부착 가능
처벌 규정 없는 관련 법률도 문제
사람들은 총기사고가 빈번한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총기사고의 안전지대라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총기사고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국내 권총 실탄 사격장의 총기에 대한 관리감독이 너무 허술해 마음만 먹으면 총기를 훔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부산의 한 사격장에서 발생한 권총 탈취 사건도 현장 안전대책이나 관련 법률 등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발생했다. 사격장 총기 탈취 사건은 9년 전 서울에서도 발생했지만 사격장 안전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었다.
홍아무개(29)씨는 지난 3일 오전 9시43분께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의 ㅅ실내사격장에서 혼자 있던 사격장 주인(46)을 흉기로 찌른 뒤 권총 1정과 실탄 19발을 훔쳐 달아났다 4시간 만에 경찰에 잡혔다.
사건 당일 사격장에서는 홍씨의 신분을 확인하지 않았다. 홍씨가 총기를 훔친 실내사격장 총기 대여일지에 적은 이름과 주민번호, 휴대전화번호가 가짜였다.
‘사격 및 사격장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등을 보면, 사격장을 찾은 손님은 인적사항을 총기대여대장에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사격장 안전관리자가 손님의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없다. 관련 법률에 이를 규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홍씨는 사대에 있는 권총을 가지고 달아났다. 잠금장치가 없어 총구를 앞으로 향하게 고정하는 걸쇠를 풀어 총기를 뺄 수 있었다. 법률 등엔 걸쇠만 있으면 사격장 영업 허가를 내주게 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총기 잠금장치 설치를 규정·처벌하는 법률이 없어 사격장 점검 때 주의만 당부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홍씨가 범행할 때 사격장 안에는 주인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관련 법률엔 사격장에 있어야 할 안전관리자 수를 정하지 않고 있다.
박철현 동의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사격장 안전관리가 너무 허술하다. 미비된 관련 법률과 규정을 하루빨리 보완·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격장의 허가·점검을 맡고 있는 경찰은 이번 사건이 터진 뒤에야 관련 법률 정비에 나섰다. 경찰청은 사격장 총기에 다는 안전고리에 잠금장치 부착을 의무화하고, 돌발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근무자가 2명 이상일 때에만 사격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 신분증을 대조 확인한 뒤 사격장 이용자가 인적사항을 기록하도록 했다. 경찰청은 “전국 권총 실탄 사격장 14곳에 대해 긴급 점검을 벌여 이 가운데 9곳에 대해 사업장 사용을 제한하고 시설을 보완하도록 명령했다”고 밝혔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4일 사격장 주인을 흉기로 찌르고 권총과 실탄을 훔쳐 달아난 혐의(강도살인미수 등)로 홍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홍씨는 부산 해운대구 좌동의 한 우체국을 털어 식당 개업에 필요한 3000만원을 마련하려고 총 등을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김영동, 김성환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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