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급수차도 논으로 17일 오후 육군 1군단 장병들이 3t짜리 군 급수차량을 동원해 민통선 지역인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읍내리 들판의 논에 물을 대고 있다. 파주/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가뭄 피해 DMZ 마을 가보니
극심한 가뭄을 겪는 경기도 파주시 민북(민간인출입통제선 이북) 지역의 농민들이 ‘논에 물대기 사투’를 벌이고 있다.
17일 오후 민통선 지역인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위에는 국내 유일의 비무장지대 안 마을인 대성동과 통일촌 마을 들판을 잇는 기다란 관로가 설치돼 임진강 물을 공급하고 있었다. 소방서에서 물 3t가량을 담아 온 군부대 급수차들이 논에 물을 대고 있었다. 육군 1군단과 1사단이 급수차 12대를 가동해 하루 200t가량의 모내기를 마친 논에 물을 지원하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다.
민북 지역에서는 48만㎡의 논이 모내기를 못했다. 비를 기다리다 지친 일부 농민들은 벼농사를 포기하고 콩으로 바꿔 심고 있다. 파주시 장단면에서 15만㎡가량 논농사를 지어온 서성권(64)씨는 “20년 넘게 물 걱정 없이 벼농사를 지었던 논인데 이런 일은 처음이다. 벼농사를 지으려고 비료를 뿌리고 모든 준비를 마쳤는데 비가 내리지 않아 콩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모내기 시한 일주일 가량 남아
임진강~들판 관로 잇고 급수차 투입
일부 벼 대신 콩 바꿔 심어 대성동 마을은 사정 더 심각
늪지대서 물 퍼올리기 안간힘 경기도 의원들 가뭄대책 성토
“땜질 대처 대신 근본대책 세워야”
47가구 주민들이 약 500만㎡ 벼농사로 생계를 잇고 있는 대성동 마을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30여년 동안 한번도 마른 적 없던 마을 앞 어룡저수지와 김천말저수지가 가뭄으로 지난달 14일 완전히 바닥을 드러냈다. 김동구 대성동마을 이장은 “주민 생계가 전적으로 벼농사에 달렸는데 가뭄이 너무 심해 모두들 아우성이다. 시에서 설치한 관로만으로는 부족해 주민들이 직접 2~4㎞ 떨어진 사천강 쪽 늪지대에서 물을 펌핑해 오느라 모터를 사고 관로를 설치하는 등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모내기의 마지노선인 25일까지는 모내기를 마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양용복 파주시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군부대와 소방서 등의 협조를 받아 최대한 물을 공급하고 있지만 어려울 경우 대체작물을 심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가뭄이 길어지면 모내기 이후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모를 내지 못한 경기도 농경지는 이날 기준으로 21.3㏊에 이르고, 모는 냈지만 물이 없어 물마름 현상을 보이는 논은 수원·화성·안산 등 경기도 전역에 걸쳐 10㏊에 이른다.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경기도 내 저수지의 저수율은 지난해에 견줘 42%로 뚝 떨어졌다.
가뭄 피해가 확산되자, 경기도는 이날 파주 60대, 포천 30대 등 도내 9개 시·군에 급수차 244대를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또 58억원을 들여 양평 26곳, 여주 20곳 등 8개 시·군에서 긴급 관정 105곳을 개발하기로 했다.
하지만 가뭄이 발생할 때마다 되풀이되는 ‘땜질식 처방’을 그만두라는 지적이 여당 지방의원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경기도가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에 긴급 가뭄대책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염동식 의원(새누리당·평택3)은 “맨날 가뭄만 발생하면 급수차를 동원하는데 언제까지 이런 땜질로 대처할 거냐”고 질타했다. 같은 당 원욱희 위원장(여주1)은 “배수로 기반시설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뭄이 들 때 저수지 등에서 논과 밭으로 물을 공급해주는 용수로는 경기도에 6479㎞가 있다. 이는 경기도 목표치(1만7014㎞)의 38%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송유면 경기도 농정해양국장은 “올해 3월에 가뭄을 예상하고 농림축산식품부에 수차례 관정을 뚫을 수 있도록 30억원의 예산을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답이 없다”고 말했다.
파주 수원/박경만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임진강~들판 관로 잇고 급수차 투입
일부 벼 대신 콩 바꿔 심어 대성동 마을은 사정 더 심각
늪지대서 물 퍼올리기 안간힘 경기도 의원들 가뭄대책 성토
“땜질 대처 대신 근본대책 세워야”
바닥 갈라진 호수 극심한 가뭄으로 17일 오후 충북 단양군 충주호 장회나루터 인근 호수 바닥이 갈라져 있다. 단양/김봉규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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