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군 군북면 와정리 주민 등이 10일 메르스 바이러스 확산을 막으려고 마을 곳곳에서 자체 방역을 하고 있다. 군북면사무소
“걱정만 하고 있다고 메르스가 사라지나요. 우리 힘으로 이겨내야죠.”
충북 옥천군 군북면 주민들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차단을 위해 하나가 됐다. 군북면 18개 마을 주민들은 지난 10일부터 마을 곳곳을 돌며 소독약을 뿌리는 등 자체 방역에 나서고 있다.
박찬훈(62·추소리 이장) 군북면 이장단협의회장과 홍관표(57) 군북면장 등은 지난 8일 메르스 관련 긴급대책회의를 했다. 옥천에서 충북지역 첫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직후였다. 박 회장은 “우리 지역에 메르스가 발생했다는 말을 듣고 무척 놀랐다. 감염이 확산될까 걱정이 됐지만 감기처럼 방역만 잘하면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이장단과 함께 자체 방역에 나서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군북면은 9일 보건소에서 받은 각종 소독약과 살충제 등을 18개 마을 곳곳에 일일이 전달했다.
박 회장 등 이장들은 10일 아침 마을에 울려 퍼지는 마이크를 잡았다. “지금 메르스가 확산하고 있답니다. 우리 스스로 소독을 잘해 마을을 지킵시다.” 스피커에서 이장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마을 주민이 하나둘 모였고, 마을별로 일제 방역이 시작됐다. 농약 살포기로 골목길과 집 주변에 약을 뿌리고, 분무기로 출입문 등을 소독했다.
이승우 군북면 주무관은 “많은 이들이 메르스 공포 뒤로 숨기에 급급한데 주민 스스로 방역을 하는 등 메르스 극복에 나선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소독약 등이 보급되는 대로 2차 방역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극복에 나선 환자·의료진을 격려하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대전 건양대병원 로비엔 ‘의료진 여러분과 환자분들 모두 힘내세요’ 등 응원 글귀가 가득하다. 병원의 공지사항이 붙던 게시판이 ‘메르스 극복 응원판’으로 바뀐 것은 이 대학의 의대생들이 선배 의사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적으면서부터다. 메르스로 격리돼 있는 가족을 둔 보호자들도 환자들의 쾌유를 바라는 글을 썼고, 이를 본 병원 방문객들도 ‘메르스 퇴치’를 기원하며 응원 글을 남겼다.
대전사랑시민협의회도 이날 오전 충남대병원과 을지대병원, 건양대병원, 대청병원 현관 앞에서 ‘힘내세요. 메르스 극복할 수 있어요’라고 쓴 손팻말로 출퇴근하는 병원 의료진과 환자·보호자 등을 응원했다.
성경모 건양대병원 홍보팀장은 “의료진에게 간식비를 보내온 시민도 있다. 처음에는 당혹스러웠지만 이제는 병원과 환자 모두 메르스는 극복 가능한 질환이라고 인식하고 치료와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인걸·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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