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시증후군(메르스)의 확진자가 추가로 나와 ‘제2의 메르지 진원지‘가 돼가고 있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1층 현관에서 8일 오전 오가는 시민들이 장갑을 세정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부산에서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해 비상이 걸렸다. 추가 감염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부산시가 확보한 음압시설을 갖춘 격리병상은 턱없이 부족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부산시는 8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박아무개(61)씨가 메르스에 감염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6일 부산시는 경기도 부천시 소사보건소로부터 박씨의 조카가 메르스 양성 판정이 났다는 통보를 받고, 박씨를 부산의료원에 입원시켰다. 부산시보건환경연구원은 같은 날 박씨에게서 양성 판정이 나오자 검삿감을 질병관리본부로 보냈다.
박씨는 지난달 26~28일 메르스 확진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하고 있는 서울삼성병원에 다른 질병으로 입원했던 자형을 조카와 번갈아 간호하다가, 자형이 숨지자 부천시의 장례식장에서 같은 달 30일까지 머물렀다. 이후 박씨는 누나 집에 머물다가 몸이 으스스해 부천시 동네병원을 찾았다가 2일 부산으로 돌아왔다.
부산시는 박씨와 직접 접촉한 사람들을 추적하고 있다. 8일 오후 6시 현재 박씨가 방문한 동네병원의 의료진 등 50여명 가운데 30명을 메르스 최대 잠복기간인 14일에 해당하는 18일까지 집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자택격리 조처하고, 나머지 20여명은 하루에 두번 전화로 문진하는 능동감시를 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시는 박씨가 2일 경기도 광명역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부산역에 내린 뒤 부산도시철도 1호선을 타고 괴정역에 도착할 때까지 같은 객실에 탑승한 승객 명단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또 박씨가 감기 증상 때문에 집에서 동아대병원을 오가는 과정에서 이용한 택시 기사 2명 가운데 1명은 자택격리 조처를 했지만 나머지 1명은 신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메르스 환자는 기압차를 이용해 바이러스가 외부로 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음압시설을 갖춘 병상에 격리시켜야 하지만, 부산시가 확보한 음압시설 거점병원 병상은 9병상뿐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거점병원으로 지정되지 않은 병원에 음압시설 23병상이 더 있다고 한다. 확진자가 늘면 협조를 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에까지 메르스가 침투했지만, 시민들은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다.
박씨가 거쳐간 부산역과 부산도시철도 1호선 전동차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드문드문 있었지만 평소 모습과 비슷했다. 지난 2일 오후 6시께 박씨가 식사했던 ㅁ식당엔 8일 점심시간 손님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식당의 김아무개 점장은 “박씨의 음식 주문을 받았던 직원 2명은 자택격리 조처됐다”고 말했다.
박씨가 해열제를 샀던 약국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아무개 약사는 “박씨가 우리 약국을 들렀을 때 일하고 있었던 약사 2명이 자택격리 조처됐다. 모두 체온도 정상이고 별다른 증상도 없다”고 말했다. 박씨가 두 차례 진료를 받았던 동네 의원은 ‘개인 사정으로 17일까지 휴진한다’는 안내문을 써붙이고 문을 닫았다. 남아무개(39)씨는 “메르스 감염 걱정은 크게 없지만 확진환자가 다녀간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니 식당, 약국, 병원에 가기가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씨가 3일 오후 3시40분부터 밤 10시10분까지 6시간30분 동안 머물렀고, 박씨가 진료를 받았던 동아대병원은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대학병원 응급실 관계자는 “평소보다 응급실 환자가 줄긴 했지만 큰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김광수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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