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구청을 신설하는 대신 기존 읍·면·동을 통합해 시청 업무까지 처리하는 ‘책임읍면동’제가 다음달부터 시행된다. 특정 동·읍에서 시청에서 하는 업무 일부도 처리할 수 있게 한다.

행정자치부는 14일 “주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읍면동에서 완결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민 참여를 확대하는 책임읍면동을 7개 지자체에서 선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책임읍면동은 읍·면·동장이 본청의 행정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도록 일정한 권한을 제공받는 읍면동을 말한다. 이를 위해 2개 이상의 읍·면·동이 하나의 관할 구역으로 묶인다.

가령 5월부터 경기 시흥시 대야동사무소에서 인접한 신청동까지 관할하며 기존의 204개 동사무소 업무 말고도 지방세 부과·징수 등 시청 사무 100가지를 추가 제공한다. 신청동사무소 업무는 유지되고, 대야동이 책임읍면동이 되는 식이다.

시흥시와 함께 경기 군포, 강원 원주시가 5월, 세종·부천·남양주·진주시는 9월부터 책임읍면동을 실시할 예정이다.

인구 64만명인 경기 남양주시는 구청 설치 대신 8곳을 책임읍면동으로 지정해 운영하기로 했다. 남양주시는 현재 5읍, 4면, 7동의 행정구역을 인구 7만명 이상씩 7~8개 책임읍면동으로 나눠 본청 업무 중 우선 복지, 안전예방, 각종 인허가, 세무, 부동산 관련 업무를 책임읍면동으로 이관할 계획이다. 이석우 남양주시장은 “1995년 남양주시 출범 이후 유지된 읍면동 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뀌어 2020년 인구 100만명 시대를 향한 제2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다. 행정비용도 2천억원 이상 절감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광역과 기초단체가 함께 있는 세종시는 ‘1대읍’과 ‘1대동’이 설치된다. 북부권 옛도심 조치원읍을 책임읍으로 지정해 기존 조치원읍뿐 아니라 연서·전의·전등·소정면까지 관할하게 할 참이다. 빠른 인구유입으로 개발·민원 수요가 늘고 있는 새 도심권은 아름동을 책임동으로 두고 도담동까지 관할하게 한다. 이에 따라 북부지역에서 세종시청까지 오가는 데 50분이 걸렸지만 20분이면 조치원읍에서 민원 처리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 경기 부천 소사구는 지방자치 20년 이후 처음으로 구가 폐지된다. 송내1·2동과 심곡1동·심곡본동을 묶어 송내대동, 소사본동과 소사3동을 묶어 소사대동, 괴안동과 범박동·역곡3동을 묶어 괴안대동으로 재편된다.

정종섭 행자부 장관은 “책임읍면동은 제도 자치에서 주민행복 중심의 생활 자치로 전환됨에 따른 새로운 자치 모델”이라고 말했다.

임인택 박경만 오윤주 기자 imi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