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계약직 앞두고 사실상 해고”
경기교육청 앞 단식 농성 돌입
경기교육청 앞 단식 농성 돌입
“다문화언어강사 해고를 철회하라.”
9일 경기도교육청 본관 앞 계단에서는 다문화언어강사와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 관계자 등 10여명이 침낭에 의존해 29일째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전국학비노조 박미향 경기지부장 등이 아예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다문화언어강사와 경기도교육청의 충돌은 지난해 12월 도교육청이 주당 40시간씩 전일제로 채용했던 다문화언어강사 129명을 올해 3월부터 주당 15시간 미만의 시간제로 채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전국학비노조 쪽은 “이들 대부분이 2년 이상 근무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법’에 따라 당연히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야 하는데, 시간제로 계약하겠다는 것은 사실상의 해고”라며 반발했다. 기간제법에 따르면 주당 15시간 미만의 경우 무기계약직 전환 의무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국내에 다문화언어강사가 도입된 것은 2009년이다. 교육부가 다문화가정 학생의 맞춤형 언어교육 지원과 결혼이주여성의 고용 기회 창출을 목적으로 다문화언어강사과정을 거쳐 학교에 배치해왔다. 경기도교육청도 2010년 30명의 다문화언어강사를 채용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는 137명으로 5배가량 늘려 배치할 예정이다. 현재 120여명이 계약을 마쳤다.
경기도에서는 다문화가족 수가 매년 늘어 지난해 8만6337가족에 이른다. 이들의 자녀 수는 지난해 5만1960명으로 전년 대비 7.9%가 늘었다.
경기도교육청이 다문화언어강사를 전일제에서 시간제로 바꾼 것은 예산 부족과 업무량 때문으로 보인다. 도교육청은 올해 정부의 교부금 지원 3648억원을 비롯해 실질적으로 1조3361억원의 예산이 줄면서, 올해 3월 1천여명의 기간제 교사를 감축했다. 현행 ‘경기도교육청 교육실무직원 채용 조례’는 다문화언어강사를 무기계약직 예외 직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관계자는 “예산이 1차적 이유는 아니다. 그보다는 다문화언어강사를 학교 현장에서 전일제로 쓰기에는 업무량도 적고 역할이 제한되어 있어 시간제로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일제 근무 시 급여가 월 150만원 정도였는데 시간제 전환 시 소득창출 기회를 제공해 120만원 정도는 받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에서와 달리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새 학기부터 외국인 이중언어강사 86명을 전일제로 채용했다. 예산이 아닌 다문화언어강사에 대한 정책적 관점에서 합리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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