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설토 적치장이 들어선 뒤 배수가 안 돼 초겨울인데도 논바닥에 물이 고여 있다.
부여 금암2리 절반 이상 부적합
끓여도 남는 질산성질소도 검출
주민 “적치장 옆 논, 물 고여 피해”
군 “준설토, 지하수 오염과 무관”
끓여도 남는 질산성질소도 검출
주민 “적치장 옆 논, 물 고여 피해”
군 “준설토, 지하수 오염과 무관”
4대강 사업 당시 강에서 퍼낸 준설토를 쌓는 적치장이 들어선 탓에 3년 넘게 고통받아온 마을의 지하수가 오염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불안한 주민들은 상수도 보급을 요구하고 있지만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충남 부여군 규암면 금암2리. 마을로 들어서는 길 왼쪽으로 중장비가 10만㎥ 정도 남은 준설토 선별·반출 작업을 하고 있었다. 2010년 적치장이 들어선 이곳은 올해 3월까지 높이 40m의 준설토 35만㎥가 ‘모래산’을 이루고 있었다. 바람만 불면 모래가 날려 장독에 수북이 쌓이니 빨래도 제대로 널 수 없었다.
올해 3월 말부터 준설토가 외부로 반출되면서 주민들은 한숨을 돌렸지만 최근 들어 더 충격적인 소식이 날아들었다. 아직 상수도가 보급 안 돼 집집마다 지하수 관정을 파서 식수와 생활용수로 쓰고 있는데, 절반 넘는 곳이 수질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이다. 지난 7월 환경부에서 전국 시·군 17곳 2만9000여 지하수 관정을 대상으로 수질검사를 했는데, 이 마을 23개 관정 가운데 13곳이 기준에 미달했다. 11곳에서는 대장균(총대장균군)이 검출됐고 6곳에서는 질산성질소 성분이 기준치 10㎎/ℓ를 초과했다. 물을 끓여 먹으면 대장균은 안전하지만 질산성질소는 사라지지 않는다. 질산성질소가 든 물을 마시면 피부·점막이 파랗게 되고 호흡이 곤란해지는 청색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특히 영유아에게 위험하다.
주민 임아무개씨는 9일 “어쩔 수 없이 물을 끓여서 먹고 있다. 준설토 적치장이 들어서기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고 물이 좋았다”고 말했다. 준설토 적치장 바로 옆에서 벼농사를 짓는 또다른 주민은 “적치장이 들어선 뒤 논에 물이 고여서 해마다 볏짚을 팔지도 못하고 모두 다 내다버려야 했다”고 전했다. 지금도 적치장 주변에는 오염된 물이 고여 저수지를 이루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8월 부여군에 지방상수도 급수를 요청했지만 아직도 뾰족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
이재진 부여군 건설과장은 “내년에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추진하는 친수구역 사업이 확정되면 금암2리에 상수도 배관 공사를 할 계획이다. 하지만 준설토 적치장이 지하수 오염과 영향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부여군에는 4대강 사업 때 준설토 적치장 5곳이 들어섰고 400만㎥가량의 준설토가 쌓여 있었다. 9월 말 기준으로 군에서 준설토 판매로 거둔 순이익은 160억원에 이른다.
부여/글·사진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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