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위주의 입시교육이 문제입니다. 그래도 한발자국 앞으로 나아가려면 교육밖에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학교운영위원도 참여하고 아파트 동대표도 참여해야 바뀝니다.” “잊혀지는 것이 너무 두려워서 엄마들과 만나기 시작했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의지하면서 여기까지 왔어요.”
세월호 참사 뒤 두달 남짓 지난 6월21일 대전의 학부모 30여명이 한 북카페에 모였다. 세월호 참사는 결코 우연이 아니며, 한국 사회에 도사린 모순이 한꺼번에 드러난 사건이었다는 데 모두들 공감했다. 사고 뒤 치러진 6·4 지방선거에서 진보·개혁 교육감 후보들이 13명이나 당선됐지만 대전에서는 그러지 못한 것도 아쉬워했다. 정부·정치인의 무능·무책임에 분노한 학부모들은 “한 사람의 변화가 열 사람을 만들고, 열 사람이 백 사람을 만든다.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민주 교육을 위한 학부모단체가 절실하다는 데 뜻을 모으고 행동에 나섰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참학) 대전지부가 10년 만에 다시 만들어진다. 1989년 참학 창립에 맞춰 대전지부도 문을 열었지만 2005년 이후 이렇다 할 활동 없이 지부가 해산돼버렸다. 지난해 ‘방사능 급식’ ‘교육청의 학습준비물 예산’ 등의 문제가 지역에서도 화두가 됐지만 정작 학부모단체가 없어 한계에 부닥친 점도 지부 재창립의 부싯돌이 됐다. 참학은 학부모의 눈으로 입시제도 개선과 교육재정 확보에 나서고, 학교운영위원회·학부모회 참여와 상담 활동 등을 벌이는 단체다.
참학 대전지부는 지난 8월 발기인대회를 열어 준비위원회 체제를 꾸리고 본격적인 창립 작업에 들어갔다. 몇 차례 준비모임을 거치면서 활동 목표를 다듬고 회원 모집에도 공을 들여 현재 130여명의 회원이 모였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과 5살 난 딸을 둔 학부모인 이건희(43) 참학 대전지부 준비위원장은 25일 “노동운동의 현장이 회사·공장이듯 학부모들의 현장은 학교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무상보육·무상급식 공약이 시·도교육청에 전가되고 있는데, 정부에서 공약을 제대로 지키도록 지속적인 활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대전지부 준비위는 내년 2월께 참학 본부 이사회에서 정식 승인을 받을 참이다. 26일 오후 3시 대전환경운동연합 3층 교육실에서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함께 만들어가요’(강사 대전중앙초 조현희 교사)를 주제로 한 강좌가 열린다. 회원 가입 문의는 참학 누리집(www.hakbumo.or.kr) 참조.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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