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시민대책위, 유치 맞서 제안
도박시설인 화상경마장(마권 장외발매소) 유치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충남 보령시에서 주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강원 삼척시에서 주민투표를 통해 원전 유치 찬반을 물은 것처럼, 투표로 주민의 뜻을 헤아려 화상경마장 유치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보령시 시민사회단체 13곳이 모인 ‘화상경마도박장 유치 철회를 위한 보령시민대책위원회’는 4일 “김동일 보령시장의 취임 첫 단추는 경마도박장 유치 신청이었고, 시민의 주체적인 의사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채 밀실에서 그들만의 합의로 진행하고 있다. 이는 보령시민에 대한 철저한 배신행위”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김 시장에게 화상경마장에 대한 찬반 주민투표 시행을 제안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주민소환 운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김 시장은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당선한 뒤 7월24일 한국마사회에 화상경마장 유치 신청서를 냈다. 대천해수욕장 뒤편 연수원 터 1만75㎡를 활용하겠다는 안이었으며, 시에서는 3.3㎡당 294만4000원인 용지 분양값을 3개월 안에 일시금으로 내면 4분의 1을 할인해 220만8000원에 공급하겠다는 조건을 제안했다. 지역주민 200명 고용, 매출액 대비 14%의 지방세 수입이 주된 유치 근거다. 문석주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보령시는 주민들에게 화상경마장 유치에 대해 단 한 번도 의견을 물은 적이 없고 마사회에서 결정하면 그때 설명회를 하겠다고 한다. 이는 시민이 아니라 마사회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며 마사회에 구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화상경마장 유치 예정지에서 직선거리로 500~600m 안에는 청파초와 대천서중, 충남해양과학고는 물론 충남도교육청 교육시설인 충남학생임해수련원이 있다. 현재 전국 화상경마장 30곳 가운데 24곳이 학교에서 500m 거리 안에 있다. 마사회 감독기관인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경마공원에 견줘 화상경마장의 도박중독 위험성이 더 크다고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또 서울·부산·제주 경마공원에 견줘 화상경마장의 매출액을 절반 이하로 줄이도록 계속 권고하고 있지만, 지난해 화상경마장 매출액 비중은 72.4%에 이른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의 2013년 사행산업 이용실태 최종보고서를 보면, 경마공원보다 나머지 화상경마장에서 이용객이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그래픽)
김동일 보령시장은 “대천해수욕장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화상경마장 유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주민투표는 요건 자체가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보령/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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