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민회총연맹 경기도연맹 회원 50여명은 1일 오전 평택시 오성면 양교리에서 ‘경기농민 투쟁선포식’을 열고 수확을 앞둔 평택농민회 회원 이한용씨의 논 1650㎡를 트랙터로 갈아엎고 있다. 농민들의 투쟁은 지난 7월18일 정부가 쌀 관세화(시장 개방)를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전농 경기연맹은 이날 평택의 논 갈아엎기 투쟁을 시작으로 앞으로 시·군별로 집단행동을 통해 쌀시장 개방 저지를 위한 국민과의 공감대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평택/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충청·경기·경북 등서 잇따라
18일 100곳 집회·청와대 농성
18일 100곳 집회·청와대 농성
“쌀을 포기하면 대한민국의 존재 가치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정부의 쌀 관세화 방침에 반발하는 농민들이 곳곳에서 논을 갈아엎고 삭발 투쟁에 나섰다. 전국 농민과 시민사회단체는 이달 중순부터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잇따라 나설 참이다.
1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충남도연맹 소속의 당진시농민회는 당진시 원당동 농업기술센터 근처 논 2500㎡를 트랙터 3대로 갈아엎었다. 당진시농민회 황선학 부회장을 비롯한 농민 5명은 삭발을 하고 투쟁 의지를 다졌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박근혜 정부는 한국 농업과 농민을 또다른 ‘세월호’로 만들려 한다는 말인가. 농민을 말살하고 식량 주권을 포기하는 정부에 맞서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수확을 보름 남짓 앞두고 자신의 논을 갈아엎은 조재형(51)씨는 “농약을 치는 관행농법보다 10배 이상 노력해서 올미(논에서 자라는 풀)를 이용한 자연농법으로 논을 일궜다. 농민들과 대화나 공론화 없이 쌀시장 개방을 발표한 정부에 배반감을 참을 수 없어 행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7월18일 쌀 관세화가 불가피하다며 내년 1월1일부터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시간에 공주·부여·예산·서천에서도 농민들이 논갈이나 농기계 반납, 삭발식 등을 벌였다. 충남은 지난해 전국 쌀 생산량 423만t 가운데 19.5%(82만4000t)를 차지해 전국 1위인 지역이다. 전농 경기도연맹 소속 회원 50여명도 이날 오전 평택시 오성면 양교리에서 ‘경기농민 투쟁선포식’을 열고, 평택농민회 이한용(47)씨의 논 1650㎡를 트랙터 등 농기계를 이용해 갈아엎었다. 충북 음성·괴산·진천, 경북 상주·성주 농민들도 반대 투쟁 선포식을 열었다.
이날 농민단체를 비롯해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 50여곳이 모인 ‘식량 주권과 먹거리 안전을 위한 범국민 운동본부’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일방적인 쌀 관세화 추진을 막겠다고 밝혔다. 운동본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약속을 지키려고 한다면 임기 중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쌀을 제외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달 18일 전국 시·군 100여곳의 동시 농민대회와 청와대 앞 농성을 예고하고 30일에는 대규모 범국민 대회도 열 참이다.
전진식 기자, 지역종합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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