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용 화학약품 제조
‘램테크놀러지’ 공장서
공장쪽 은폐로 주민대피 못해
5명 구토·고열·어지럼 호소
‘램테크놀러지’ 공장서
공장쪽 은폐로 주민대피 못해
5명 구토·고열·어지럼 호소
한마을에서 1년 사이에 유독성 화학물질인 불산이 3차례나 유출되는 사고가 났다. 주민들은 업체 이전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24일 오전 9시10분께 충남 금산군 군북면 조정리에 있는 화학약품 제조공장 램테크놀러지에서 불산이 유출됐다. 이 사고로 인근 2000㎡ 일대의 나무와 풀이 말라 죽거나 타버렸다는 게 주민 설명이다. 업체 직원과 주민 등 5명이 구토·고열·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 치료를 받았으며, 어린아이를 포함해 마을 주민 일부도 두통·발열 증세를 보이고 있다. 유출량은 8분 안팎 동안 3~7㎏으로 추정되지만 정밀조사 뒤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사고를 낸 램테크놀러지 쪽은 애초 주민들에게 “소석회가 빗물에 섞여 일어난 일”이라며 유출 사실을 감추기도 했다. 또 업체 쪽은 화학물질 유출 대응 시나리오에 따라 반경 500m 안의 주민들을 대피시켜야 하는데도 아무런 안전조처를 하지 않았다. 애초 금산소방서는 사고 직후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불산 유출 사실을 모른 채 되돌아갔다. 이후 주민들이 나무와 풀이 말라 죽어가는 것을 보고 오후에 다시 신고하자 출동했다.
반도체 제작에 쓰이는 화학약품을 만드는 램테크놀러지 금산공장에서는 지난해 7월 불산이 대량 유출돼 물고기 수천마리가 숨졌으며 올해 초에도 불산이 또 유출됐다. 사고가 잇따르자 업체는 주민 비상대책위원회에 4년 안에 불산 공정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주민 비대위 쪽은 25일 “불산 유출 사고를 내고도 거짓말을 한 업체의 행위는 범죄 수준이다. 역학조사단을 구성해서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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