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3년간 자료 분석
2136차례 6183명 126억 지출
대부분 관광·여행 ‘부실투성이’
2136차례 6183명 126억 지출
대부분 관광·여행 ‘부실투성이’
‘현지식 달팽이 요리를 먹고 몽마르트르 언덕을 올라갔다’, ‘우린 지금 센 강 유람선에 있다’, ‘지원 연수비보다 개인 부담금이 너무 많다’, ‘영어 공부 필요성 느꼈다’, ‘유로화 넉넉히 준비해야 한다’….
여행기의 일부 같지만 충북지역 공무원들이 국외연수를 다녀온 뒤 보고서에 쓴 내용이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8일 발표한 ‘2011~2013년 충북지역 공무 국외연수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지난 3년 동안 충북지역 공무원 절반이 국외연수를 다녀왔지만 대부분 관광·여행에 가깝고 보고서는 부실투성이라고 밝혔다.
충북참여연대가 각 자치단체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충북지역 공무원들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126억6000여만원으로 2136차례에 걸쳐 6183명이 국외연수를 했다. 음성, 증평, 청주, 괴산 등은 퇴직을 앞둔 공무원을 대상으로 ‘공로연수’를 진행했다. 충북참여연대는 “충북 전체 공무원이 1만2400여명인 것에 견주면 줄잡아 절반 정도가 세금으로 국외연수를 한 셈”이라고 밝혔다.
국외연수 유형을 보면 ‘연수’가 1037건(48.5%), ‘시찰’ 326건(15.3%), ‘투자 유치’ 246건(11.5%), ‘자료 수집’ 221건(10.3%), ‘국제 교류’ 185건(8.7%) 등이었다. 오창근 충북참여연대 사회문화팀장은 “보고서를 보면 시찰, 연수, 자료 수집의 내용이 유사하고 거의 여행·관광”이라고 밝혔다.
국외연수 사전·사후 검증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충북도 등 자치단체들은 실·국장으로 이뤄진 국외여행 허가심의위원회를 열고 있지만,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후 보고서는 검증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공무원들이 낸 보고서를 보면, 2011년 6월 9박10일 일정으로 서유럽 6개국을 다녀온 공무원 4명은 영국·프랑스의 병원 2곳만 방문한 뒤 에펠탑, 피사의 사탑, 대영박물관 등 관광지를 둘러봤다. 보고서 20쪽 가운데 18쪽이 여행지 소개였다. 지난해 7월 6박8일 일정으로 스웨덴 등 북유럽을 다녀온 공무원 5명은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탔다’로 시작해 ‘훌륭한 여행이었고 좋은 인연도 만들었다’고 맺기까지 여정별 감흥을 담은 ‘기행문’을 냈다.
오창근 팀장은 “보고서는 인터넷에서 그대로 복사하거나 짜깁기한 나라·도시 소개에다 관광지 탐방과 소감이 대부분이다 보니 거의 비슷하다. 공무원들의 무분별한 국외여행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숙영 충북도 국외연수 담당은 “솔직히 지금까지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제도 등을 갖춰 전문성과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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