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승 세종시 교육감 예비후보
세월호 사고뒤 새누리 모임 참석
여론 비판 일자 닷새만에 사과문
건배제의 하며 유한식 시장후보에
“교육계 지지표 다 드리겠다”
여론 비판 일자 닷새만에 사과문
건배제의 하며 유한식 시장후보에
“교육계 지지표 다 드리겠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수학여행을 떠난 고교생들이 참변을 당한 가운데 ‘폭탄주 술자리’를 벌인 홍순승(59·사진) 세종특별자치시교육감 예비후보가 뒤늦게 사과문을 내놓았다. 교육감 선거에 나선 후보로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데다 사과 또한 닷새 만에 마지못해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홍 후보는 23일 사과문을 내어 “저로 인해 상처 받은 모든 분들에게 속죄하는 심정으로 모든 활동을 자제하겠다. 사고 수습이 끝날 때까지 오로지 희생자 유가족들에 대한 애도의 뜻으로 자숙하겠다”고 밝혔다.
홍 후보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틀 뒤인 18일 저녁 7시 세종시 조치원읍 ㅅ식당에서 새누리당 청년당원들을 비롯해 20여명 가까이 모인 자리에서 폭탄주를 직접 만드는가 하면, 같은 자리에 있던 유한식 세종시장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당시 현장에서 녹취된 내용을 들어보면 그는 건배 제의를 하면서 “우리 유한식 시장님 당선을 측면에서 돕겠다. 우리 세종시를 한국의 워싱턴디시(DC)로 만드는 교육보좌관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 저도 많이 도와 달라”고 말했다. 또 홍 후보는 “교육청 전통 제조법”이라며 자신이 직접 소주·맥주를 섞어 폭탄주를 만들어 돌린 뒤 유 시장에게 “우리 교육계의 지지표는 전부 다 시장님께 합쳐 드리겠다. 그런 역할을 제가 하겠다”고도 말했다. 사건 이후 홍 후보는 5일 동안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홍 후보의 발언과 태도를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나섰다.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는 성명서를 내어 “홍순승 후보는 정치적 중립성과 교육의 독립성을 망각한 부적절한 건배 제의로 세종시 교육의 자존심과 명예를 실추시킨 것이 위중하다는 점에서 책임 있는 태도가 더욱 필요하다. 이날 술자리에서 선거에 대한 이야기와 지지 언급이 있었다는 점에서 덕담 정도 수준의 통상적인 이야기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세종와이엠시에이(YMCA) 등 시민사회단체 5곳이 모인 ‘올바른 선거문화 정착을 위한 세종운동본부’도 성명서에서 “교육은 엄연히 정치로부터 중립적이고 독립적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부적절한 건배 제의로 세종시 교육의 자존심과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점에서 책임 있는 입장을 밝히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46조3항)은 “(교육감) 후보자는 특정 정당을 지지·반대하거나 특정 정당으로부터 지지·추천받고 있음을 표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육감 선거는 이 법률을 적용하도록 돼 있으며, 규정이 없는 경우 공직선거법이 준용된다. 세종시선거관리위원회는 홍 후보의 발언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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