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사촌동생이 어렸을 때 귀가 잘 안 들려서 수술도 여러 차례 했어요. 특수학교에 갈 뻔했는데 다행히 치료가 잘돼서 지금은 어엿한 ‘일반 대학생’이에요.”

외국에서 들여온 제품이 상당수인 재활의료기기 시장에 대학생이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충남 아산 순천향대 유수빈(24·작업치료학과 3년)씨는 지난해 말 학교에서 3000만원을 지원받아 ‘㈜따뜻한 기술’을 창업했다. 유씨는 사촌동생뿐 아니라 자신도 전신마취 수술을 서너차례 겪고 휠체어에 의지했던 경험이 있다. 자연스레 재활의료 쪽으로 진로를 잡게 됐다고 한다. 그가 다니는 작업치료학과는 정상인을 대상으로 하는 물리치료와 달리 교통사고나 질병으로 몸의 일부가 마비되거나 제대로 못 쓰는 이들의 재활을 돕는 것을 배우는 곳이다.

유씨가 창업을 결심한 건 지난해부터다. 재활의료기기 쪽을 연구하다 보니 뜻밖에도 우리 체형에 맞게 만들어진 제품이 많지 않았다. 교내 창업동아리에서 1년가량 밤잠을 설치며 연구한 끝에 만든 제품이 ‘이지플렉스’다. 장애인들의 팔 운동을 돕는 기구로, 수입산에 견줘 값이 절반에서 4분의 1 정도 싼 200만원에 판매할 참이다. 이지플렉스는 현재 특허 출원을 내 절차가 진행중이다. 뇌졸중 환자의 재활 정도를 평가하는 도구도 직접 개발했다. 잡기·쥐기·집기 등 환자의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이다. 도구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작업치료사들을 위한 교육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유씨의 회사는 창업한 지 석달 된 새내기지만 이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유씨의 사업계획은 지난달 13~14일 전국 대학생 창업동아리(NEST)와 창업진흥원이 연 1회 국제창업포럼에서 최우수상(중소기업청장상)을 받았다. 정봉근 지도교수의 격려와 도움도 큰 힘이 됐다. 그는 “혼자서 발로 뛰며 법인 설립하고 사업자 등록까지 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교수님들께서 외국 견학 일정도 잡아주고 많은 정보를 주셨다”며 고마워했다.

‘불편한 것을 없애면 세상이 바뀌고 따뜻해진다’는 믿음으로 창업을 결심했다는 유씨는 올해 매출액 목표를 1억원, 내년에는 3억원으로 잡았다. 우리나라 사람 체형에 잘 맞는데다 값도 저렴한 장점을 살리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회사를 잘 키워서 병원과 재활시설 등을 갖춘 힐링마을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아산/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