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유한식 세종특별자치시장이 다음달 12일 예정된 새누리당 경선에 나설 경쟁 후보의 수행비서에게 지지를 부탁하는 전화를 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세종시선거관리위원회는 유 시장의 행위가 공직선거법에 위반하는지 법률 검토와 조사에 들어갔다.
최민호 세종시장 새누리당 예비후보 쪽은 21일 세종시 조치원읍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8일 오후 1시40분께 유 시장이 최 후보의 수행비서 ㄱ씨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지지를 호소했다”고 밝혔다.
이날 최 후보 쪽이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유 시장은 ㄱ씨에게 “공천은 이제 12일날 경선하잖아요. 새누리당에 가입해 주셨잖아. 이렇게 도와주시면 되지 뭐.” “저 때문에 당원 가입하신 분이 많으시잖아요? 그래서 제가 좀 아무래도 낫다고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건데 변수가 있는 거지요”라고 말했다. 또 통화 막바지에 유 시장은 “아무튼 제가 열심히 해서 보답할게요. (…) 제가 챙기고 할게, 고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최 후보 쪽 김지현 홍보특보는 “엄정한 공정성을 유지해야 할 현직 시장이 당에 대한 지지도 아니고 본인에 대한 지지를, 그것도 근무시간에, 직접 호소하고 있었다. 만약에 유 시장께서 전화를 받은 사람이 상대방 후보의 수행비서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전화를 하였겠는가. 이것은 유 시장이 불특정 다수의 당원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통화를 했다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시선관위는 현행 공직선거법에 당내 경선 과정의 사전선거운동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어 신중하게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 또 이번 사례뿐 아니라 유 시장이 불특정 다수의 당원에게 실제로 지지 호소 전화를 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세종시선관위 관계자는 “만약 유 시장이 다수의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전화를 했다면 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에는 처벌 조항이 없지만, 당내 경선운동의 위반 행위를 판단한 대법원 판례는 있어 시선관위는 이 판례를 집중 분석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2008년 9월25일 선고)는 “당내 경선 기간 이전이라 할지라도 특정 후보자의 당선을 위하여 공직선거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 경선운동을 한 경우에는 당내 경선운동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유한식 시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업무중 차량으로 이동할 때 당원들한테 전화를 해 ‘열심히 노력해서 보답하겠다’ 정도의 말을 한 것이다. 최 후보 쪽 수행비서가 일부러 유도하는 질문을 한 것 같다. 선관위나 사법당국에서 문제가 나온 것도 아닌데 최 후보 쪽에서 긴급 기자회견까지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세종/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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