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북·대전·경기 닭·오리 농가
12시간 이동 중지…집중 방역
“사료 끊기고 출하 시기 늦어져”
설 연휴 앞둔 농민들 한숨만
정부, 특별교부세 20억 지원
12시간 이동 중지…집중 방역
“사료 끊기고 출하 시기 늦어져”
설 연휴 앞둔 농민들 한숨만
정부, 특별교부세 20억 지원
농림축산식품부가 서해안을 낀 시·도와 인접 지역들에 ‘일시 이동중지’(Standstill) 명령을 내리면서 철새 도래지, 축산 농가와 인근 도로에는 온종일 희뿌연 소독약이 안개처럼 뒤덮였다. 설 연휴를 코앞에 둔 축산 농민들의 주름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27일 오전 6시~오후 6시 12시간 동안 충남·북과 대전광역시, 경기도의 모든 닭·오리 농가와 축산 종사자, 차량들의 이동을 전면 통제하고 집중 방역을 벌였다. 주이석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질병관리부장은 “해당 지역의 사람과 차량의 이동을 묶어놓고 전면적인 소독 작업을 벌인다. 드러나지 않은 바이러스의 수평 전파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의필 충북대 수의대 교수는 “12시간 이동중지의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다. 방역의 경각심을 높이면서 농가의 불편을 최소화하자는 절충적 선택이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날 농식품부는 충북 진천군의 5000마리 규모 씨오리 농가에서 조류인플루엔자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 시화호까지… 수도권 초비상 철새 도래지인 경기도 안산·화성지역 시화호에서마저 조류인플루엔자(AI) 양성반응이 나오면서 경기도 방역당국은 초비상이 걸렸다. 특히 김포와 광명, 수원에서 폐사한 철새가 잇따라 발견되자 수도권 전체가 사실상 ‘위험지대’로 분류돼 차단 방역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날 오후 시화호로 통하는 모든 도로에서는 방역 차량이 쉴새없이 소독약을 뿜었다. 철새 분변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인된 시화호 동남쪽 갈대습지 상공에서는 헬기까지 동원돼 항공 방제가 이뤄졌다. 이날 오전 6시부터 12시간 동안 가축과 축산 관계자 등의 이동중지 명령이 발동한 경기도에서는 가금류 농장 1곳당 공무원 1명씩이 배치됐다. 관련 차량 5500대의 이동도 전면 통제됐다. 철새 이동 경로를 미리 파악해 주변 농가에 주의를 알리는 ‘철새 경보시스템’도 가동됐다.
다행히 경기도에서는 이날 오후 현재까지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신고가 접수되지는 않았으나, 경기도는 가금류 농장 1637곳, 육가공 공장 1570곳, 도계장·전통시장·부화장 등 관련 시설 148곳에서 대대적인 소독작업을 벌였다. 또한 충남도와 맞닿은 안성, 평택 각 2곳에 차단방역 초소를 설치한 뒤 바이러스 이동로가 될 가능성이 큰 국도 1호선 천안~평택~수원 길목마다 확충했다. 이와 함께 여주·이천·안산 등에도 감시·방역거점 초소가 운영에 들어간 상태다.
경기도 동물방역위생과 관계자는 “그나마 다행인 것은 농가가 아닌 철새 분변에서 조류인플루엔자 발생한 것이다. 피해가 없도록 전염 경로를 차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는 김포(기러기 5), 광명(청둥오리 2), 수원(청둥오리 1), 여주(청둥오리 2), 구리(청둥오리1) 등에서 철새가 폐사한 채 발견됨에 따라 검역본부에 정밀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결과는 2~3일 뒤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 “무조건 막아라” 충남·북 온종일 분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병에 따른 일시이동제한 조처가 발령되자 충북은 이날 새벽 6시부터 국도 21호선과 통하는 진천군 지암리, 국도 34호선과 통하는 진천군 백곡면, 충남 천안 병천과 통하는 청원 오창 등 3곳에 통제 초소를 설치하고 이동 차량 등을 제한했다. 이들 도로뿐 아니라 도축장, 축산 시설 등에는 통제관 68명을 배치했으며, 시·군 공무원 680명은 청원군 미호천, 청주 무심천 등 철새 도래지와 대규모 축사 등지에서 방역·소독을 강화했다. 진천 백곡 통제 초소에 배치된 김지현 주무관은 “확산을 막으려는 축산농 등이 이동을 자제하고 있으며, 이동 제한 조처도 잘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조류인플루엔자로 일시 이동중지 명령이 내려진 충남도는 방역초소를 88곳으로 늘리고 축산 농가들에는 긴급 안내문을 보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지 확진 판정이 내려진 부여군 홍산면 종계장을 중심으로 반경 3㎞ 안 농가 2곳의 닭 11만8000여마리도 이날 살처분됐다. 또 천안시 직산읍 농장의 종오리 산란율이 하루 1300개에서 700개로 크게 줄고 간이검사에서도 조류인플루엔자 하원이 검출되면서 살처분을 위한 준비 작업에 분주하다. 확진 판정이 되면 주변 3㎞ 안쪽 농가 2곳의 닭·오리 4만2200여마리를 살처분할 참이다. 특히 충남도는 우리나라에서 가금류로는 유일한 천연기념물(265호)인 ‘연산오계’를 보호하기 위해 가까운 시·도로 1000마리를 서둘러 보낸 뒤 분산 사육하기로 했다.
■ 축산 농가들, 잃어버린 설 대목 닭·오리 농가들은 사실상 설 대목을 빼앗겨버렸다. 비축 사료가 넉넉지 않은데다 판매길마저 막혔기 때문이다. 충북 음성군의 양계농 이종민(51)씨는 “축산은 사료와 출하 시기가 생명인데 이동 제한으로 사료가 끊기고 출하 시기마저 흔들리면 조류인플루엔자에서 견디더라도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죽을 맛이다”라고 전했다. 충남 서천군 마서면에서 닭 2만마리를 키우는 구아무개(63)씨는 “성한 닭들은 출하를 시킬 수 있도록 정부에서 다른 대책을 세워줘야지 무작정 막기만 해서는 안 된다. 닭장에는 큰 닭들이 늘어나 꽉 차고 사료값도 계속 드는데, 마음 같아서는 이번 일만 끝나면 농장을 폐쇄해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접경지역인 경기 북부도 예외는 아니다. 휴전선 인근 철새 도래지를 끼고 있는 강원도 철원과 경계한 포천군 영북면 일대 대규모 양계농장도 긴장감이 역력했다. 30만마리의 닭을 사육하고 있는 신아무개씨는 “철새 도래지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들어올지 모른다는 경고가 있어 농장마다 외출을 자제하고 소독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고 했다.
안전행정부는 지난 20일에 이어 26일 전남·북과 경기·충남에 특별교부세 20억원을 지원했다.
김현대 기자, 수원 청주 홍성/김기성 오윤주 전진식 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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